이상희 국방부장관이 국방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소신을 피력한 공식 서한을 청와대와 관련부처에 보낸 사건이 불거졌다. 이를 괴이하게 보는 것은 국무회의 등 헌법적 절차나 관행과 동떨어진 방식으로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과시한 듯한 때문이다. 따라서 소신의 옳고 그름을 살피기에 앞서 국정 질서를 어지럽히는 그릇된 행태로 규정해야 옳다. 특히 개각을 앞둔 시기의 돌출 행동을 오로지 국가 안보를 위한 충정으로 보기 어렵다.
사건의 발단은 국방부가 올해보다 7.9% 늘어난 30조7,817억원의 내년 예산안을 제출했으나 청와대 지시로 3.8% 증가 수준으로 깎이게 된 것이다. 청와대는 경제위기 등을 고려해 장병 복지를 제외한 운영비와 무기도입 예산을 모두 줄이도록 지시했고, 수정한 예산안을 국방차관이 새로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장관에게 미리 보고하지 않아 질책을 받았고, 이 장관은 서한에서 "하극상으로 비칠 수 있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그러나 논란의 근원은 청와대와 국방부가 각기 경제와 안보논리를 앞세워 갈등을 지속한 것이다. 그 중심은 참여정부 때 마련한 국방개혁 기본계획에 따른 전력증강 예산이다. 재래식병력 감축과 첨단전력 강화가 골자인 '국방개혁 2020'은 당초 2020년까지 621조원을 투입하도록 짜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600조원 아래로 낮추라"고 지시해 6월 국방부가 599조원 규모로 계획을 수정, 일각에서 전력구조 개편의 지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 장관이 '강군 육성'을 무리하게 다그치는 바람에 잇따라 논란을 부른 것은 남다른 군인정신 탓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군 골프장 이전 등에서 국정보다 보수적 안보논리와 집단이익을 우선시하는 인상을 주었다. 그런 그가 '예비역들의 반발' 운운하며 정부 방침에 맞서는 것은 '문민 통제'에 도전하는 행태이다. 군 원로를 비롯한 군의 우국충정과 노고는 존중하고 보살펴야 마땅하다. 그러나 군 안팎의 이해관계가 국가적 이익을 넘어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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