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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DJ/ 한나라 "유지 받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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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DJ/ 한나라 "유지 받들어"

입력
2009.08.3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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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 조문 정국 이후 여권의 움직임이 기민하다. 언뜻 보면 수세적인 상황에 처한 듯하지만, 실제 움직임은 그렇지 않다. '화해와 통합'이라는 고인의 유지를 받들겠다고 공개 선언하면서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해 공세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권은 우선 국민통합의 분위기를 고양시키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라디오연설을 통해 "화합과 통합이 우리의 시대정신"이라고 말했고,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도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던진 메시지는 화해와 통합"이라고 했다.

이는 화합과 통합에 대한 강조가 국정을 책임진 여권에게 약(藥)이 될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여기엔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마냥 고집하긴 어려울 것"(당 핵심당직자)이란 생각이 깔려 있다. 명분을 선점해 정국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는 이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언급한 행정구역 및 선거구제 개편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국민통합의 명분을 살릴 수 있는데다 10월 재보선 결과 등의 정치현안을 상쇄할 수 있고, 개헌 논의와 맞물린다면 상당 기간 여권의 밑그림대로 정국을 끌고 갈 수도 있다.

명지대 신율 교수는"여권 핵심부가 한 목소리로 화해와 통합을 강조하고 나선 건 정치개혁을 화두로 행정구역과 선거구제 개편에 공세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이라며 "이 구상이 현실화한다면 민주당이 입지를 확장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있을 개각에도 국민통합의 메시지가 반영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호남 총리론'이 언급되기 시작한 게 단적인 예다. 한 중진의원은 "TK 편중인사 논란을 잠재운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대통령은 상당한 부담을 더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에서도 최소한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인도적 차원의 교류는 유지하는 쪽으로 갈 공산이 크다. 남북간 소통 창구가 또 다시 차단될 경우 국제사회의 흐름에 뒤쳐질 수 있고 국민적 비판여론도 비등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고민거리도 있다. 당장 개각에서 참신한 인물을 선보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 박희태 대표의 양산 재선거 출마와 함께 친이ㆍ친박간 공천 갈등이 재연될 경우 정치개혁이란 화두가 무색해질 수 있고, 선거구제 개편은 현역의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동력을 모아내기가 쉽지 않다. 야권 통합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면 정국의 물꼬가 바뀔 수도 있다.

일각에선 "화해와 통합을 강조하는 게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쇄신안에서 제안한 국정운영 기조 전환과 대대적인 인적개편이 전제돼야 한다"(한 소장개혁파 의원)는 얘기도 나온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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