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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이상봉의 Fashion & Passion] <12> 모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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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이상봉의 Fashion & Passion] <12> 모델이야기

입력
2009.08.3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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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승원, 김민준, 강동원. 탄탄한 몸매만큼이나 탄탄한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는 톱스타인 이들 남자 배우 삼인방은 모두 패션모델 출신이다. 그리고 한혜진, 혜박, 김다울 등 최근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리나라 여자 모델들이 현지에서 톱 모델로 인정받으며 활발히 활동하는 것이 매스컴을 통해 알려지면서 최근 국내에서 모델을 꿈꾸는 어린 학생들이 부쩍 늘었다.

특히 최근 들어 국내 톱모델 출신들이 방송에 자주 등장하게 되면서 모델이란 직업은 연예인이 되기 위한 전 단계처럼 인식돼 더욱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되었다. 모델이란 경력 하나만으로도 늘씬한 키와 몸매 그리고 감각적인 센스를 인정받을 수 있어 더 많은 지망생들이 이곳에 몰린다. 대학에서도 모델학과들이 생겨날 만큼 모델이란 직업은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모델은 패션디자인의 꽃이다. 예전 패션을 공부하며 처음으로 보았던 패션쇼, 높은 무대 위에서 구름 위를 나는 가벼운 워킹과 옷자락을 날리며 날렵하게 턴을 하는 모델들의 모습은 바람에 치마를 휘날리며 포즈를 취한 마를린먼로 그 이상으로 날 매료시켰다.

이후 내 이름을 딴 이상봉이라는 브랜드로 패션쇼를 하게 되면서부터 본격적인 나의 모델이야기가 시작된다. 내가 신인디자이너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던 무렵 당시 국내 모델계를 이끌었던 쌍두마차는 모델출신이었던 도신우씨와 이재연씨가 이끄는 모델센터와 모델라인이었다.

그리고 당시 이 두 모델에이젼시의 얼굴 마담은 박영선과 진희경이었다. 지금도 가끔 패션피플들과 이야기하면서 박영선만큼 피날레를 멋지게 장식한 모델은 없다고 할 만큼 무대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소화할 수 있는 최고의 모델이라고 말 할 수 있다.

패션모델은 무대에서 보여주는 라이브한 워킹뿐만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연출력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능력이다. 진희경은 화보촬영에서 가장 순발력 있게 연출할 수 있는 모델이었다.

그런 그녀의 끼는 연기력으로 이어져 연기자로서도 빛을 발하게 되었다. 한번은 불어난 몸을 보고 그런 몸으로 쇼를 할 수 있겠니? 라고 염려하는 내 앞에 일주일 만에 완벽한 몸을 만들어 나타날 만큼 프로근성으로 똘똘 뭉친 그녀였다.

이런 진희경과 같은 이미지로 변정수를 들 수 있다. 그녀는 작은키와 가는 몸매에 쇼가 시작되기 전 자기가 입을 옷들을 하나하나 직접 챙길 만큼 욕심과 근성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녀는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줄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모델이기도 했다.

다음으로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델은 오랫동안 내 쇼의 피날레를 장식했던 김은심이다. 2001년도 봄/여름 <아이러브 매직> 이란 테마로 패션쇼를 기획하면서 아무도 모르게, 심지어 직원들도 모르게 그녀에게 한 달 동안 마술을 가리킨 적이 있었다.

무대 위에서 그녀가 보여준 예고되지 않은 매직 퍼포먼스는 나와 그녀 둘 만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톱 모델이었던 그녀도 이 쇼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90년대 후반 작은 키, 까무잡잡한 피부, 동양적인 마스크를 가지고 혜성처럼 나타난 여고생 모델이 있었다. 그녀는 다름 아닌 장윤주. 얼마 전 음반도 내고 가수로도 데뷔할 만큼 각별한 능력을 타고났다.

일반적으로 국내에서 패션모델의 신장은 176센티미터 이상으로 178센티미터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가장 표준이 되는 사이즈다. 그런데 장윤주의 경우는 174센티밖에 안 되는 신장을 가지고 한국의 케이트모스(세계적인 수퍼모델)라고 불릴 만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데에는 이유가 있다.

개성있는 마스크에 작지만 서양모델만큼 훌륭한 프로포션의 몸, 거기에 자신감 넘치는 파워플한 워킹과 포즈. 이것이 무대 위에서 자신보다 키가 큰 다른 모델들 보다 그녀를 더 돋보이게 한 이유다.

그리고 어린 나이에 데뷔해 일찍부터 주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톱모델로 굴림 할 수 있었던 것도 무대 위에서 관객을 빨아들이는 그녀만의 카르스마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나는 여성복을 주로 해왔지만 지금까지 컬렉션에서 남성복을 빠트린 적은 거의 없었다. 매번 4-5 명의 남자모델들을 무대에 세웠는데, 귀공자 스타일의 마스크와 섹시한 몸매를 가진 강동원이 배우로 성공할 무렵 영화촬영 때문에 대신 추천 받았던 남자모델이 주지훈이었다.

썬그라스를 낀 주지훈이 무대에 섰을 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강동훈으로 착각했을 만큼 그와 비견할 만한 멋진 몸매를 갖고 있었다. 앞서 잠깐 말했듯 차승원, 김민준, 강동원, 유지태, 주지훈 등 많은 남자 모델들이 모델로 시작해 톱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어 지금도 많은 남자 연기지망생들의 모델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남자모델들이 국내에서 연기자로 성공하며 자신의 끼를 이어나간다면 여자모델의 경우는 해외진출로 자신들의 꿈들을 키워나가고 있다. 10년 가까이 파리컬렉션에 진출하면서 외국 모델들과 작업을 해왔는데 해외에서는 최근 아시아계 특히 한국과 중국의 모델들이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이 아시아모델에 주목하는 이유는 물론 신흥 아시아 시장의 확대를 위한 선택일수도 있지만, 최근 들어 국내 모델들도 서양 모델과 차별이 없다고 해도 될 만큼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과 중국모델이 아시아를 대표하면서 이전에 그 자리를 차지했던 일본 모델들은 자연스럽게 그 뒤로 순위가 물러나게 되었다.

모델들의 미의 기준은 나라와 시대에 따라 다르게 변한다. 대게 우리들은 서구적인 마스크의 모델들을 선호하지만 해외에서는 광대뼈와 쌍커풀이 없는 날카로운 눈매를 지닌 모델을 동양적인 미의 최고로 친다. 지금 해외에서 성공하는 중국과 한국의 모델들도 이에 준하는 마스크를 가지고 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한 가지를 전한다면 예전 이태리를 방문했을때 성악을 공부하던 가이드 한 분이 미의 기준을 알고 싶은 호기심에 당시 한국의 대표적인 미인이었던 황신혜와 일자눈썹의 개그로 유명했던 김미화의 사진을 이태리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누가 더 예쁜지 물어봤다고 한다.

돌아온 대답은 10명중 9명이 김미화의 얼굴이 더 판타스틱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금 외국 패션 피플들이 추구하는 동양의 미는 서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동양의 오리지널리티를 선호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해외에 나가려거든 쌍커풀부터 지우고 나가라라는 말을 모델들은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국내 모델들의 체형은 몰라보게 달라져 이젠 어떤 의상도 충분히 소화해 내고 있다. 물론 외국에서도 미의 기준은 달라졌다. 한때 수퍼모델로 전 세계에 이름을 날렸던 신디 크로포드, 나오미 캠벨은 모두 건강미 넘치는 글래머러스한 모델들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마른 체형의 모델들을 선호한다.

패션모델은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할 수 있다고 할 만큼 신체조건이 중요하다. 키와 프로포션, 개성있는 얼굴, 그리고 노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워킹과 포즈, 이 세 박자를 골고루 갖춰야만 완벽한 패션모델이 될 수 있다.

그만큼 모델들은 연기자 이상으로 철저한 자기 관리와 노력이 필요하다. 축복받은 몸은 그 만큼의 노력과 열정으로 가꾸어 나갈 때 비로소 세계적인 모델로 나설 수 있다.

패션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만큼 나는 그동안 내 옷을 입고 무대에 올라 그 자리를 빛내준 모든 모델들에게 이 기회를 통해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대한민국 패션모델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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