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휴대폰으로 통화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휴대폰에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면서 때로는 신용카드가 되고, 때로는 손 안의 내비게이션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휴대폰의 각종 서비스와 편리한 기능들이 의외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알면 알수록 생활을 편리하게 바꿀 수 있는 '모바일 라이프'를 2회에 걸쳐 짚어 본다.
휴대폰이 만능 지갑
모바일 라이프의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휴대폰을 지갑으로 바꿔주는 금융 서비스다. 26일 휴대폰을 지갑처럼 사용하는 대학생 박은지(22ㆍ여ㆍ홍대 광고홍보학과 4년)씨의 하루를 따라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체험해 봤다.
대기업에서 인턴 생활 중인 그는 하루 일과 중 돈이 필요한 일은 대부분 휴대폰으로 해결한다. 영상 통화가 가능한 3세대 이동통신용 휴대폰은 지갑처럼 돈을 넣어놓을 수 있다.
어떻게? 3세대 휴대폰은 손톱만한 반도체가 들어 있다. 전문 용어로 '범용이용자식별모드(USIM) 카드'라고 부르는 이 반도체에 지갑처럼 돈을 충전하는 것. 이때는 반드시 금융 USIM 카드를 이용해야 한다. 금융 USIM은 관련 서비스를 신청한 뒤 1만1,000원을 주고 구입해 3세대 휴대폰에 꽂으면 된다.
SK텔레콤 가입자인 박 씨의 경우 모바일 금융 서비스인 'T캐쉬'를 신청했다. T캐쉬는 최대 월20만원까지 충전할 수 있다. 당장 은행에 잔고가 없어도 가능하다. 충전 금액이 다음달 휴대폰 이용료에 합산 청구되기 때문.
부평역과 을지로입구역을 오가는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박 씨는 개찰구를 지날 때에도 휴대폰을 이용한다. 지갑이나 교통 카드를 꺼낼 필요없이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을 개찰구에 대면 간단하게 통과한다.
버스나 택시를 탈 때도 마찬가지. 택시 지붕에 노란색 '카드 택시'라는 표시가 붙어 있으면 대부분 T캐쉬로 요금을 결제할 수 있다. 외근 때문에 택시를 탄 박 씨가 목적지에 도착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붙어 있는 결제 기구에 휴대폰을 갖다 대자 간단하게 요금이 결제됐다. "급할 때 택시를 타도 지갑에 돈이 있는 지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택시 기사들도 거스름돈 준비를 하지 않아서 편하다며 휴대폰 결제를 더 좋아해요."
박 씨는 편의점과 식당에서도 휴대폰을 사용한다. 오전 7시30분에 출근하느라 아침을 거르기 일수여서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우유와 김밥을 사먹을 때가 많다. 이때도 그는 계산대에 부착된 결제기구에 휴대폰을 접촉해 요금을 낸다. 점심 식사도 구내 식당에서 먹으면 휴대폰 결제가 된다."휴대폰으로 계산하면 결제 시간이 짧아서 길게 줄을 서지 않아도 돼요.
소득 공제도 간편, 야구장ㆍ극장 이용도 가능
휴대폰 덕분에 점심을 금방 해결한 박 씨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회사에서 가까운 시내 대형 서점에 들렸다. 그는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을 골라서 계산대로 갔다. "휴대폰으로 결제할께요."제법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결제를 이용하는 듯, 매장 직원은 묻지도 않고 바로 휴대폰 결제기구를 가리켰다. 휴대폰을 접촉해 책값을 치르고 영수증을 받았다.
이 때도 직장인이라면 휴대폰 결제시 소득 공제가 자동으로 이뤄져 편리하다. 편의점, 서점 등에서 휴대폰으로 결제하면 휴대폰 번호가 자동 입력돼 따로 소득 공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다.
바쁜 오후 일과를 마친 박 씨가 잠시 틈을 내서 직장 선배와 음료 전문점을 찾았다. 여기서도 휴대폰은 진가를 발휘했다. 테이블에서 음료를 주문한 뒤 한 켠에 부착된 결제 기구에 휴대폰을 갖다대 음료값을 계산했다. "휴대폰만 있으면 항상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어서 좋아요."
박 씨는 간간히 지마켓, 11번가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 구두 등을 살 때도 휴대폰으로 결제한다. 결제할 때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면 결제 여부를 묻는 확인 문자 메시지가 배달된다. 이때 '예'를 선택하면 간단하게 결제가 완료된다."휴대폰 결제를 이용하면 번거로운 공인 인증서를 전송받지 않아도 돼 편해요."
박 씨는 아직 체험하지 못했지만 SK텔레콤 가입자라면 휴대폰으로 결제가 되는 곳은 의외로 많다. 일부 대학의 교내 매점과 통학 버스비, 한강 수상택시 요금과 남산 1ㆍ3호 터널의 혼잡 통행료, 서울역사박물관과 경복궁 등 23개 문화재 이용료, 인천 문학 야구경기장 입장료 등이다.
여기에 다음달부터 극장 입장권도 휴대폰으로 구입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T캐쉬로 극장 입장권을 예매할 수 있도록 유명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과 협의를 마쳤다. 또 분실 위험을 막기 위해 이용자의 요청이 있으면 SK텔레콤에서 자동으로 해당 휴대폰의 T캐쉬 결제 기능을 차단하는 서비스도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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