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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주민과 선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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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주민과 선주민

입력
2009.08.23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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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 외국인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국제 기준으로는 그리 놀라운 규모가 아니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이주한지 불과 20년 밖에 되지 않은 짧은 기간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압축성은 앞으로 진행될 거대한 변화의 모습을 올바로 가늠해야 할 과제를 안겨주고 있다.

우리 사회는 안팎으로 이주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이주민뿐만 아니라 외국으로 나가는 한국인도 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한국 사회의 구성원을 재구성한다는 점이다. 민족으로서의 한국인과 국민으로서의 한국인을 구별해야 하는 새로운 상황이 대두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적을 지닌 한국인 중에 한민족이 아닌 사람이 늘고 있으며, 한민족 중에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도 많다.

골프 신동 위성미는 자랑스러운 한민족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은 아니다. 반면에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한민족이 아닌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도 있다. 독일계 한국인인 이참 사장은 우리 사회에 늘어나고 있는 새로운 한국인의 희망이 될 듯하다. 베트남계 한국인, 필리핀계 한국인, 몽골계 한국인과 같은 수많은 이주민 한국인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을 앞서 실현한 때문이다.

정부와 시민사회는 이러한 변화에 주목하며 '다문화 사회'를 전망하고 있다. 여러 민족이 함께 모여 사는 한국 사회를 다문화 사회로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다문화 사회는 다민족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전망의 하나이다. 여러 민족이 모여 서로의 문화를 조화롭게 누리며 살자는 것이다.

모든 나라가 다문화 사회를 이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 프랑스는 다문화 사회보다는 하나의 문화를 유지하는 '동화주의' 이상을 갖고 있다. 다민족 한국 사회의 미래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는 한국 사회의 현실과 문제를 진지하게 성찰해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고민과 토론을 거쳐 다문화 사회를 이상으로 선택한 것일까.

현재 한국 사회의 '다문화 열풍'은 불안하기만 하다. 언제라도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갈 모래성과도 같기 때문이다. 국제결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앤다며 '다문화 가족'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고,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에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 여성들을 출연시키고, 공익광고 뿐만 아니라 민간기업 광고까지 '다문화'를 언급한다고 해서 다문화 사회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일까,

물론 정부는 이주민을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으며 낯선 땅에 홀로 이주해 온 이주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시민사회도 이주민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계몽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과 관심이 이주민에게 모든 짐을 떠넘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이주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선주민인 한국인들이 이주민과 어울려 살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강조되지 않고 있다.

다민족 사회는 한국인이 처음 접하는 새로운 세계이다. 한국 사회가 이주민들에게 낯선 것만큼 선주민인 한국인들에게도 낯선 사회이다. 이주민 한국인들이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만큼 선주민 한국인들도 새로운 한국 사회에 익숙해지도록 애써야 한다. 우리가 꿈꾸는 다문화 사회가 모래성이 되지 않으려면 이주민 한국인들보다 선주민 한국인들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한건수 강원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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