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DJ 국장/ 남북 해빙기류에도 꿈쩍않는 미국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DJ 국장/ 남북 해빙기류에도 꿈쩍않는 미국

입력
2009.08.23 23:43
0 0

북한의 잇단 유화 공세에도 불구하고 미 행정부의 대북 입장은 고집스러워 보일 정도로 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면담, 미 여기자 및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 석방, 현대와 북한간 교류 사업 합의, 남북관계 차단조치인 '12ㆍ1' 조치 해제,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조문단 파견 등 굵직굵직한 뉴스가 연일 평양발로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 때마다 내놓는 국무부의 논평은 일관된 대북 기조에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다. 13일 유씨 석방 뒤에는 "남북대화의 장애물이 제거되기를 희망한다"고 했고, 17일 현대-북한간 5개항 교류 합의에 대해서는 "명백히 환영할 조치들"이라는 '의례적' 논평을 했을 뿐이다. 남북간 해빙 분위기를 의식적으로 식혀보겠다는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현대-북한간 합의가 '주변적 조치들'이라며 "본질적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의미를 축소하기도 했다.

북미 양자대화를 원하는 북한의 구애에 대해서도 미 태도는 완고하다.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와 김명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공사와의 19일 회동에 대해 미 국무부는 "반드시 긍정적 신호로 보지 않는다"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미국이 북한의 유화 태도에 무반응으로 일관하는 데에는 북한의 제스처가 '한반도 비핵화'라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기본 목표 달성에 미흡하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를 북핵 정책의 목표로 제시, 6자회담은 이를 위한 유일한 외교적 틀이라고 강조해 왔다. 따라서 북한의 근본적 태도변화가 없는 한 북미 대화에 필요한 조건도 달라질 수 없다는 게 미 행정부의 입장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때에도 북한의 태도변화를 읽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들은 "전임 정권에 대한 학습효과가 오바마 행정부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가 북한의 핵 불능화 약속만 믿고 테러지원국 해제 등 섣불리 보상에 나섰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실수를 더 이상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미 행정부는 또 북한의 유화 공세가 국제사회의 탄탄한 공조 속에 추진되고 있는 대북 제재를 피해보겠다는 임시변통의 일환이라는 의심도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간 해빙무드를 북핵 폐기로 연결하는 문제가 앞으로 한미 양국이 고민해야 할 숙제라고 지적한다. 남북의 접근에 미국이 의도적으로 제동을 걸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북핵폐기라는 미국의 목표에 배치되는 쪽으로 전개될 경우, 남북관계도 결국 북핵 문제의 진전 여부에 따라 완급이 조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