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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정용진 승계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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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정용진 승계 잰걸음

입력
2009.08.2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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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세대교체가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가의 3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21일 현대차 부회장으로 전격 승진하면서 주요 그룹 3세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창업주로부터 기업을 물려받은 부친이 닦아놓은 토대 위에서 3세 경영에 접어든 그룹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 승진으로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지위에 오를 기반을 확실히 다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입사 1년 만인 2000년 현대차 이사, 2003년 현대기아차 기획총괄본부 부사장, 2005년 기아차 사장 등 초고속 승진으로 10년 만에 부회장직에 올랐다. 주변에서는 올 상반기 기아차가 낸 '깜짝 실적'을 이번 승진의 배경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8조1,788억원, 영업이익 4,192억원의 성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3.3%, 91.5%이 증가한 수치다.

실제 정 부회장은 기아차 사장 재임시 아버지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역할까지 일부 대행해 왔다. 올해 3월 정 회장이 기아차 대표이사 직에서 물러나자, 정 부회장은 직접 미국과 브라질, 칠레 등을 방문하며 글로벌 신흥시장 공략을 주도해왔다. 내부적으로도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으로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하는 등 디자인 경영을 내세우며 독자적인 경영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1월 최재국 전 부회장 퇴임 이후 장기 공석이던 기획 및 영업 담당 후임을 정한 것일 뿐"이라며 "그 이상의 의미 부여는 부담스럽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현대가의 다른 그룹도 3세로의 교체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고 정몽헌 회장의 장녀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가 어머니 현정은 회장을 밀착 보좌하며 경영수업 중이고, 현대백화점그룹은 정몽근 명예회장이 2006년 일선에서 물러난 뒤, 장남 정지선씨가 회장을, 차남 정교선씨는 현대홈쇼핑 대표를 맡았다.

이건희 전 삼성회장의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행보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전무는 일단 해외를 돌며 경영 수업을 하고 있다. 10년을 끌어왔던 각종 송사가 마무리되면서 이 전무는 홀가분하게 경영권 승계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그는 다음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전자전시회 'iFA 2009'에 직접 참가해 세계 유수 전자업체들의 동향을 살펴볼 계획이다. 최근에는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사장 등과 함께 일본을 방문, 스트링거 소니 회장 등을 만나 협력을 다졌으며 닌텐도에도 들렸다. 또 러시아를 방문해 현지 법인의 경영 실태를 점검하기도 했다.

재계에선 이 전무가 해외 실태 점검이 끝나면 그룹의 핵인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본격 경영체제 개편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삼성은 지난해 순환출자식 지배구조 대신, 계열사별 독립 경영체제를 위한 지주회사로의 전환을 밝힌 바 있다. 이 전 회장의 딸인 부진, 서현씨도 각각 호텔신라 전무와 제일모직 상무로 활동하고 있다.

역시 삼성가에 뿌리를 둔 신세계그룹은 고 이병철 회장의 외손자이자 이명희 회장의 장남인 정용진(41) 부회장의 3세 경영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2006년말 부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지난 3년여간 새로 개설한 이마트 점포를 하나도 빠짐없이 둘러보는 등 대외 활동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다.

한진과 금호아시아나도 3세들이 경영 일선에 배치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맏딸 조현아 상무에게 대한항공 기내식사업본부장을, 장남 조원태 상무에겐 여객사업본부장을 맡겼다. 셋째 현민씨도 대외홍보를 책임지는 통합커뮤니케이션실 팀장을 맡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달 '형제의 난'으로 박삼구 전 그룹 회장과 박찬구 전 화학부문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3세들이 전면에 나섰다. 박삼구 전 회장의 아들 박세창 상무는 그룹 경영전략본부에서 활동중이고, 고 박인천 창업주의 2남인 고 박정구 전 회장의 아들 박철완 부장도 최근 이곳으로 배치됐다.

두산, LG, GS는 이미 창업주로부터 3세 경영이 이뤄지고 있어, 4세 경영 체제를 준비 중이다.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올해 3월 회장 직에 오른 박정원 두산건설 회장은 4세대 경영의 선두주자. 박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과, 박용현 두산 회장의 장ㆍ차남인 박태원 두산건설 전무와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도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송태희 기자 bigsm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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