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2005년 이후 4년 8개월 동안 6차례나 발사가 연기되었던 국내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의 역사적인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하지만 발사 예정시간 7분 56초를 남기고 국민들은 7번째 발사 연기 소식을 접해야 했다. 그런데 이를 취재해 전해야 할 기자들은 우주센터가 아닌 외부 프레스센터에서 항공우주연구원 측의 공식 브리핑만을 애타게 기다려야 했다. 발사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사진기자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풀 단 구성을 조건으로 취재 허가를 받은 단 세 명만이 발사장에서 2Km나 떨어진 통제동 옥상에 발이 묶여 있었다. 이들은 발사 중단 후 지휘소 주변의 긴박한 상황을 취재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지만 항우연 관계자들로부터 제지를 받아야 했다.
이런 과도한 취재 제한과 통제는 며칠 전 진행된 로켓 이동과 사전 리허설 때부터 시작됐다. ‘보안상의 이유’로 단 1명의 기자도 접근을 불허한 것이다. 기자들을 막은 채 자신들이 고용한 업체만 사진을 찍게 하고, 이 사진을 ‘항우연제공’으로 받아쓰라는 상식 밖의 요구를 했다.
올 초까지도 언론공개 행사를 하며 기자들을 모아놓고 적극적으로 보도를 부탁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7차례의 발사 연기 과정에서 러시아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될 때마다 계속 말을 바꿔온 항우연의 태도를 볼 때 무언가를 감추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기자들의 출입과 취재가 통제되는 한 발사지휘소와 발사장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국민은 알 수가 없다. 우리 연구진이 주도적으로 발사를 진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이마저도 러시아에 휘둘리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내일은 나로호의 발사가 재시도되는 날이다.
항우연은 지난번 발사보다도 엄격해진 취재 제한 조치를 통보했다. 국민적 관심이 큰 만큼 발사성공을 기원한다. 그러나 국민의 눈을 막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겠다는 식의 항우연의 행태는 발사 성공 이후에도 반드시 수정되어야 할 중대한 오류임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주성 기자 poe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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