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간첩행위는 살인보다 더 무서운 범죄였습니다."
1980년 2월 간첩 혐의로 붙잡혀 각각 징역 15년과 10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한 신귀영(74)씨와 그의 당숙 춘석(72)씨는 21일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절규하며 펑펑 울었다.
외항선원이던 신씨는 1980년 2월25일 집에서 쉬고 있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무작정 끌려 갔다. 신씨의 형 영복씨, 당숙 춘석씨, 사촌 여동생의 남편 서성칠씨 등 4명도 대공분실로 줄줄이 끌려가 2개월간 모진 고문을 당했다. 이들은 고통에 못 이겨 "재일동포에게 돈을 받고 부산 수영비행장과 관련된 국가기밀을 넘겼다"고 허위자백 했고 결국 간첩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신씨는 징역 15년형을 선고 받고 만기 출소했고, 춘석씨는 9년을 복역했다. 징역 10년형을 선고 받았던 서성칠씨는 1990년 옥사했다. 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은 신씨의 형도 고문 후유증으로 9년 전 숨을 거뒀다.
신씨는 "출소 후에도 계속 감시를 받아야 했고 생계를 위해 조그만 가게라도 열려고 했으나 당국의 방해로 쉽지 않았다"며 30년 가까이 계속된 고통에 몸서리 쳤다.
신씨 등이 누명을 벗기까지는 사재를 털어가며 이들의 재심을 끝까지 책임진 문재인 변호사의 도움과, 한 수사관의 고문사실 시인이 큰 도움이 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 최철환)는 이날 국가보안법 위반과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15년을 선고 받고 복역한 신씨 등 재심 청구인 4명에 대해 "피고인들이 불법 구금과 고문, 협박을 받아 인위성 없는 진술을 한 점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선고 했다.
신씨 등은 1994년과 1997년 두 차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잇따라 기각됐으나 2007년 진실ㆍ화해위원회의 재조사로 이번 재심이 이뤄졌다.
부산=김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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