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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선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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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선상님'

입력
2009.08.2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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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보통명사다. '선생(先生)'에 접미사 '님'을 붙여 선생을 높여 부르는 말이다. 선생의 사전적 의미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학예가 뛰어난 사람'이다. 또 성(姓)이나 직함에 붙여 남을 높이거나, 어떤 분야나 일에 경험이 많거나 잘 아는 사람을 이를 때 사용하는 말이다.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남자 어른을 높여 부를 때 "선생, 말 좀 물읍시다"처럼 쓰이기도 한다. 요즘 '선생님'은 교사나 학자를 가리키는 말로 좁게 해석되는 경향이다.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줄어든 세태 탓도 있지만, 존경 받는 '어른'이 적은 것도 이유일 것이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전, 목포의 수산물 전문점에 한 야당 인사가 홍어를 사러 왔다. 값을 치르고 나서 흑산도 홍어 한 마리를 받아 가면서 이 인사가 "아따, 선상님이 이거 보시면 고놈 참 실허다고 좋아라 허시겄네~잉"했다. 돈을 세던 주인이 깜짝 놀라 다급한 목소리로 그 인사에게 "시방, 머라 혔소? 선상님이라고? DJ 선상님?"하고 물었다. 그는 "그라믄, 우리헌티 DJ 선상님 말고 다른 선상님이 또 있단 말요?"하고 반문했고, 주인은 후닥닥 가게 안으로 들어가 더 크고, 실한 홍어를 꺼내와 안겨줬다. 정치권에서 회자되던 일화다.

▦적어도 호남인들에게 '선생님''선상님'은 고유명사, 대명사에 가깝다. '우리 선상님'하면 영락없이 김 전 대통령을 가리킨다. '선상님'에는 김 전 대통령에 대한 호남인의 믿음과 기대가 담겨 있다.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며 죽음의 고비를 수 차례 넘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녹아 있다. 호남인들은 김 전 대통령이 정치적 형극의 길을 걸을 때, 그 고통을 자신들의 아픔으로 받아들일 만큼 '선상님'을 자신들과 동일시했다. 물론 그런 맹목적 추종이 거부감을 부르고 지역감정을 자극해 호남을 더 고립시킨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다.

▦어제 영결식은 평화와 통일, 화해와 용서의 가치를 평생 추구해 온 김 전 대통령의 크고 깊은 그림자를 절감케 하는 자리였다. 국장 기간 6일 동안 국민들은 김 전 대통령의 부재를 통해 우리 사회 '큰 어른'으로서 그의 존재감을 느꼈을 것이다. 박영숙 미래포럼 이사장은 영결식 추도사에서 김 전 대통령을 '대통령님''선생님'이라고 불렀다. "대통령님, 우리의 선생님"으로 시작한 추도사를 들으며 거부감을 느낀 국민이 있었을까. 김 전 대통령은 이승과 이별하고 나서야 비로소 호남인의 '선상님'이 아닌, 국민의 '선생님'이 됐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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