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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스노볼' 그는 자신의 한계를 알았다…그리고 그 선을 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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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스노볼' 그는 자신의 한계를 알았다…그리고 그 선을 넘지 않았다

입력
2009.08.23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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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슈뢰더 지음ㆍ이경식 옮김/랜덤하우스 발행ㆍ전 2권ㆍ각 권 3만5,000~3만8,000원

탐욕과 무자비의 거리 월스트리트에서 '구루'(스승, 현인이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로 불리는 사내가 있다.

투자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79) 회장. 채 몇 년을 버텨내기 힘들다는 월스트리트에서 그는 지난 40여년 동안 정상을 지켰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버핏의 개인 재산은 약 600억 달러. 65억 세계 인구 중 1위다. 물려받은 밑천도, 거대한 조직도 없이 오직 스스로의 판단으로 일군 결과다. 그의 말과 행동은 곧 뉴스가 되는데, 아마도 가장 컸던 것은 재산의 85%를 조건 없이 기부키로 했다는 소식일 것이다.

<스노볼> 은 버핏의 삶과 비즈니스를 총체적으로 다룬 책으로,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앨리스 슈뢰더가 버핏의 부탁을 받고 썼다. 버핏은 저자가 책을 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그에게 무제한의 인터뷰와 자료 열람이 가능한 독점적 권한을 줬다. 부분적으로 버핏을 다룬 수많은 책들과 달리 <스노볼> 에 전기(傳記)라는 타이틀을 붙일 수 있는 이유다. 국내 번역판이 1, 2권을 합쳐 1,840쪽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이 전기에는 '가치 투자'로 상징되는 버핏의 투자법과 함께 그가 걸어온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그리고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던 사생활이 바투 묘사돼 있다.

현인에 의해 간택된 저술가답게, 슈뢰더는 글솜씨뿐 아니라 만만찮은 강단을 보여준다. 버핏은 저자에게 "내가 말한 내용과 다른 사람이 말한 내용이 다를 때는 아첨이 덜한 쪽으로 써 달라"고 당부했는데 슈뢰더는 그 당부를 지킨다. 월스트리트의 거인을 넘어 만인의 현인이 된 버핏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이렇다.

"대외적으로 버핏은 소박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또한 천재처럼 비쳤다. 하지만 매우 복잡한 삶을 살았다. 집을 다섯 채 가지고 있었지만 두 채에만 거주했다. 어쨌거나 버핏에게는 아내도 두 명이었다… 버핏은 자기가 성공한 것을 몇 개의 단순한 투자 원칙을 집중적으로 실천한 덕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맞다면, 똑같이 평생을 그렇게 산 사람들은 어째서 버핏처럼 돈을 벌지 못했을까?"

'스노볼(snowball)'이라는 제목은 가치투자ㆍ장기투자를 강조하는 버핏의 투자 철학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한 줌의 눈 뭉치를 꾸준히 굴리다보면 커다란 눈덩이가 되듯 "투자나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습기 머금은 눈과 진짜 긴 언덕을 찾아내는 것"이라는 것이 버핏의 지론이다. 저자는 인터넷 기업의 과열이 절정에 달했던 1999년, "막차까지 다 놓친 시대착오자"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거품'을 경고한 버핏의 모습을 통해 그 일단을 보여준다.

"버핏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주식 시장의 가치는 궁극적으로 경제적인 산출 결과를 반영할 뿐이라고 했다… 어떤 분노 혹은 분개의 감정이 강연장 바닥에 흘렀다. 1999년 선 밸리에서 주식 시장의 과열을 경계하라고 설교하는 것은 사창가에서 순결을 설교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버핏의 연설을 듣고 매우 중요한 사실을 깨우쳤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다. 빌 게이츠도 그 중 하나였다."

이 책에 따르면 버핏은 누구보다 뛰어난 인물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었다. "버핏은 능력의 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을 인식하고 또 금을 그어놓고 그것을 넘지 않으려고 했다. 그것이 그가 반 세기 넘게 성공을 구가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전후의 호경기부터 최근의 금융위기에 이르기까지 버핏의 판단과 행동력, 일부일처제를 벗어난 솔직한 사생활, 부자에 세금을 더 물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습 등 버핏의 모든 것을 오롯이 담아냈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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