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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올해 깜짝 실적의 원동력은/ 멀리 본 창조경영, 없던 시장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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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올해 깜짝 실적의 원동력은/ 멀리 본 창조경영, 없던 시장도 만들다

입력
2009.08.2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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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3월 세계 최초로 선보인 발광다이오드(LED) TV는 출시 5개월만에 전세계적으로 75만대가 팔려 단기간에 히트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업계에서는 이미 매출 3조원을 넘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상반기 시장 점유율 94.8%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제품이 운이 좋아 탄생한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이 제품개발에 착수한 것은 2007년 7월. 2년에 가까운 선행 투자의 효과가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장을 창출, 삼성전자의 새로운 먹거리가 된 것이다.

삼성이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을 내 놓을 수 있었던 것은 환율 효과와 함께 이전에 이뤄진 선행 투자의 덕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5년후, 10년후 먹거리를 찾기 위해 고심하며 '창조경영' 관점에서 단행된 대규모 선제적 투자가 비로소 빛을 보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느냐에 있다. 축배를 들 때가 아니라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일 본보 산업부가 삼성의 2000년 이후 투자액과 매출액, 순이익의 상관 관계 등을 분석해본 결과 전년 대비 투자 증가율이 높을 경우 그 이듬해의 매출액과 순이익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3조3,000억원을 투자, 처음으로 투자액이 10조원을 돌파하고 전년 대비 투자 증가율도 44.6%에 달했던 2003년의 경우 그 효과는 이듬해인 2004년 실적으로 나타났다. 2004년 삼성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7% 늘어난 140조원, 순이익은 무려 103%나 폭증한 13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와는 반대로 투자 증가율이 감소하면 이듬해 실적 증가폭도 기대에 못 미쳤다. 투자 증가율이 1.9%에 머문 2006년의 경우, 2007년 매출액 증가율은 6.6%, 순이익 증가율은 4.1%를 기록했다.

이러한 모습은 삼성전자 실적에선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2005년 전년 대비 24% 증가한 15조5,000억원을 투자한 삼성전자는 이듬해인 2006년 영업이익이 23% 늘어난 9조1,3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2007년에는 투자액(14조4,000억원)을 전년 대비 7.6% 줄이자 그 다음해인 2008년 영업이익(6조300억원)은 무려 39.5%나 감소했다.

결국 올해 삼성의 실적이 눈부신 까닭도 지난해 투자 규모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은 지난해 2007년 대비 24.1% 증가한 27조8,000억원 규모의 시설 및 연구개발(R&D)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도 지난해 전년 대비 13.7% 증가한 16조4,000억원을 투자했다. 이러한 지난해 투자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2분기 32조5,100억원의 매출과 2조5,200억원의 영업이익이란 호실적을 내 놓을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 삼성이 투자를 늘리게 된 것은 2007년 당시 이건희 회장과 전략기획실을 중심으로 5년후, 10년후 먹거리를 찾기 위한 고심의 결과였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실제로 이 전 회장은 2007년6월 전략기획실을 통해 전 계열사에 미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토록 지시했다. 이러한 고민의 결과가 2008년 대규모 투자 단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내년 이후다. 전략기획실이 해체된 뒤 각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한 독립 경영이 이뤄지고 있긴 하나 아무래도 예전 같은 장기적 관점의 대규모 선제적 투자가 단행되긴 힘든 구조이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전 일부 대기업의 경우처럼 투자의 절대 규모가 크다고 반드시 수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데도, 삼성은 시장에서 크게 호응할 수 있는 효과적 투자를 제 때에 잘한 점이 주목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콘트롤타워와 리더십 부재의 공백을 메우면서 계열사간 중복 사업 등을 조정하고, 긴 호흡의 효율적 투자를 어떻게 이어가느냐가 앞으로 삼성의 숙제"라고 지적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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