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사흘째인 20일에도 전국 분향소에는 추모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오후 8시까지 전국의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이 27만을 넘어섰다.
국장 형식에 맞도록 시설을 보수하기 위해 이날 0시부터 조문을 중단했다가 오전 6시40분께 다시 문을 연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한때 폭우까지 내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아침부터 조문객이 줄을 이었다.
출근길에 들렀다는 회사원 김성형(35)씨는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 조문을 마쳤더니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나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후 들어 날이 개면서 분향소는 더욱 붐비기 시작해 퇴근 시간엔 30분 이상 대기해야 할 만큼 조문행렬이 길어졌다.
광장엔 김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을 담은 사진 48점이 전시됐고 오후 4시부터는 광장 음향시설을 통해 생전 육성이 전해져 추모의 정을 더했다.
분향소 운영본부 측은 이날 오후 9시까지 2만1,749명이 조문했다고 밝혔다. 서울광장에 임시분향소를 설치했다가 자진 철거한 시민추모위원회는 오후 7시 광장에 모여 촛불 추모행사를 열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자리한 김대중도서관 내 분향소에도 시민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은 1층 로비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헌화한 뒤 1, 2층에 고인의 생애와 업적을 알리는 자료나 지팡이 등 유품을 둘러보며 고인을 기렸다. 서울시내 25개 구청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전날보다 많은 시민들이 찾아왔다.
광주ㆍ전남 지역 곳곳에서도 추모 인파가 끊이지 않았다. 옛 전남도청 건물에 마련된 광주시민합동분향소에는 오후 2시 박준영 전남지사와 박광태 광주시장 등 단체장과 민주당 당직자들의 조문이 이어졌고, 김 전 대통령의 흉상을 비롯해 친필 휘호, 지팡이, 옥중서신 등 89종 344점의 자료가 전시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도 일찍부터 추모객들이 몰렸다.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 면사무소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외지에서 온 조문객들이 운집해 신안군은 여객선 회사와 협의해 23일까지 쾌속선을 하루 한 차례 늘려 운항하기로 했다.
목포역 광장에도 주변 가로수마다 근조 리본이 매달려 추모 분위기가 고조됐으며 김 전 대통령의 모교인 목포 전남제일고 분향소에도 교복을 입은 재학생들의 조문이 계속됐다.
인천에서도 종합문화예술회관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이른 아침부터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인천시는 조문객의 편의를 위해 종합문화예술회관과 부평구청 등 2개의 분향소를 운영해오다 부평구 동암역 북광장에 분향소를 추가로 설치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영정과 함께 김 전 대통령의 영정이 모셔진 봉화산 정토원은 이날 법회를 열어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이밖에 수원, 인천, 대구, 청주, 울산, 전주, 제주, 부산 등 각 지역에 마련된 분향소에도 많은 시민이 찾아 밤 늦게까지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k.co.kr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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