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내부비리를 폭로한 현준희(56)씨에 대한 감사원의 파면처분 재심청구가 기각됐다. 현씨는 형사 재판에서 12년간 5심 끝에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공무원으로서 직무와 관련된 정보를 누설한 것은 징계대상이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법 행정6부(부장 김용헌)는 전 감사원 직원 현씨가 감사원장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취소 재심소송을 기각했다고 20일 밝혔다.
현씨는 감사원에서 기업감사 업무를 담당하던 1996년 기자회견을 열어 "효산종합개발 콘도사업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가 갑자기 중단됐는데, 배후에 청와대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폭로했다. 그 후 현씨는 감사원 명예를 실추했다는 등의 이유로 파면된 것은 물론,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현씨는 1ㆍ2심에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지루한 법정 공방이 이어졌다.
하지만 파기환송심에서도 또다시 무죄가 선고됐고,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현씨의 양심선언은 감사원 기능을 공정하게 수행하도록 촉구하고, 공공이익을 위한 것으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다만 현씨가 이 과정에서 공문서를 변조한 혐의는 인정했으나 공익 목적을 감안해 선고유예 판결했다.
현씨는 무죄 선고를 바탕으로 2000년 패소가 확정된 파면처분취소 소송의 재심을 청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현씨의 폭로 내용이 진실이라고 해도 공무원으로서 직무와 관련한 정보를 누설했고 정보를 공개할 경우 소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내부 규정을 위반한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감사원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와 상관없이 비밀서류 열람 등 현씨의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본 재심대상 판결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