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전 대통령에 대한 여권 인사들의 회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한때 정치적으로 대립각을 세웠던 여권의 중진들은 DJ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나라당 안상수(의왕 과천) 원내대표는 20일 DJ로부터 정치권 영입 제의를 받았던 일화를 소개하며 뒤늦은 감사의 고백을 전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1995년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인권변호사로 일하던 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창당 준비를 하던 김 전 대통령은 권노갑씨를 나에게 보내 입당을 권유했다"며 "초대를 받아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에서 오찬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찬 자리에서 서울 송파병 지역 출마를 제의 받았으나 결국 응하지 못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당시 나를 국민회의에 입당시키려고 자택에 초대해주신 그분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아직까지 전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고 회한의 심정을 밝혔다.
한나라당 이경재(인천 서구ㆍ강화을) 의원은 정치부 기자 15년 동안 DJ 취재를 전담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 의원은 "DJ와의 인터뷰가 끝난 뒤 녹음기를 틀어 놓으면 문장을 수정하지 않아도 기사가 될 정도로 문장이 완벽했다"며 "글자 하나 틀리지 않을 정도로 준비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회고했다. 그는 "취재를 위해 동교동 자택을 찾을 때마다 DJ는 '민주화 동지'라며 격려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정의화(부산 중ㆍ동구) 의원도 2007년 DJ를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17대 국회에서 '민족 대통합을 위한 국회의원 연구모임'을 만들어 세미나를 개최했던 정 의원은 <화합> 이라는 책을 만들어 DJ에게 전달했다. 정 의원은 "동교동 자택을 찾아가 영호남 대화합을 위해 김영삼 전 대통령과 화해할 것을 정중히 부탁 드렸다"며 "고인께서는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격려의 말씀을 해줬다"고 전했다. 화합>
그는 "비록 그 자리에서 확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비서진 등을 통해 고인께서 화해가 이뤄질 것을 기대한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민주화투쟁을 하던 1970년대 DJ가 "고문 당한 데 특효약"이라면서 곰의 쓸개인 움담을 준 일화를 소개했다. 옛 상도동계인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보는 "정치인이라는 게 인기 직업이므로 염색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던 DJ에 대해 언급하며 "너무 인간적인 분"이라고 평가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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