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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협상의 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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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협상의 댄스

입력
2009.08.20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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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법 강행처리 등으로 국회는 전쟁판이고, 쌍용차 사태 등으로 산업현장은 싸움판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실제보다 더 두드러져 보이는 측면도 있겠지만, 우리 국민은 이념 지역 세대 계층 문화 등 여러 측면에서 분열된 현실이다.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제일 높고 가학 또는 자학성 음주 문화가 만연한 이유도 이런 갈등과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소통과 협상 기술 배워야

우리는 왜 이렇게 갈등과 분열 양상을 벗어나지 못할까. 소통이 잘 안되기 때문이라는 데, 왜 소통이 안 되는 것일까. 그 첫째는 문화적 요인이다. 유교 문화의 특징은 권위와 명분, 의리를 중요시한다. 대화와 타협에 의해 상호 타당성을 모색하는 것은 유교적 전통과 잘 맞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요인은 소통,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원리는 협상의 원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협상이 대화와 설득으로 상호 타협점을 찾는 것이라면, 모든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그런 것 아니겠는가. 협상은 흔히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이겨야만 내가 승리할 수 있는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이라고 생각한다. 협상을 승리의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협상은 씨름이 아니다. 춤(Dance)과 같은 것이다.

그것을 아는 것이 모든 협상, 커뮤니케이션의 첫 걸음이다. 씨름은 대부분 힘 센 사람이 이기게 되지만, 춤은 아무리 기술이 좋고 경험이 많아도 상대와 호흡이 맞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다. 협상도 이와 같다. 나의 입장만 생각하고 주장하는 것은 싸움이다. 상대가 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충분히 분석해 그것과 나의 입장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춤으로서의 협상이다.

우리나라에는 이것을 제대로 가르쳐 주는 곳이 부족하다. 배우려고 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협상은 배워서 늘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연애의 기술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연애처럼 커뮤니케이션도 재주를 타고난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래서 배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은 과학이다. 선진국에서는 많은 이들이 협상교육을 받고 있다. 대학마다 협상교육 과정이 있다. 우리는 전국을 통틀어 몇 곳 밖에 없다. 선진국에서 협상은 더 이상 전문적인 영역이 아니다. 이를 테면 하버드 대학의 협상 스쿨 과정에는 비즈니스맨은 물론 교사와 간호사, 심지어 소방수 같은 일반 직업인들이 많다. 협상의 원리가 부부간 소통, 부모 자식간 소통, 직장에서의 소통 등 모든 소통에 활용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회적 갈등 완화 지름길

우리 대학에도 소통 원리를 가르치는 과정이 늘어야 한다. 기업도 여기에 투자를 해야 한다. 한마디로 이제 우리도 협상을 일상 속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 대화와 타협에 의한 상호 타당성을 모색하는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협상은 싸워서 상대의 것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 서로 호흡을 맞춰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춤처럼, 대화를 통해 모두가 원하는 것을 얻는 합리적 과정이다. 일상에서 협상과 소통의 원리를 깨우치고 실천할 때, 우리 사회의 갈등 구조도 완화될 것이다.

전성철 IGM 협상스쿨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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