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번 세제지원 취지는 경제위기에 더 취약한 서민과 영세상인을 보호하겠다는 것.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대책이 소기의 목적보다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원칙을 무너뜨리는 과도한 예외 조치로 사회 전반에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가 만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 사업자의 결손 처분된 체납 세액 탕감과 신용정보기관에 통보하는 체납자 정보 축소 조치. 실질적인 혜택은 미미한 반면, 자칫 '원칙을 지키는 사람만 손해를 본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필상 고려대 교수는 "원칙이 자주 깨지면 기대심리는 계속 생기고, 또 더욱 커지기 마련"이라며 "사정이 정말 딱한 사람들을 구제하는 선심성 정책은 가급적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친서민 세제 지원 뿐이 아니다. 정부가 친 서민 행보를 강조하면서부터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과도한 선심성 정책이 남발되는 조짐이다. "사면권을 남발하지 않겠다""법 질서를 확립하겠다"던 정부가 150만명을 대거 사면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특히 음주운전 사범까지 대거 사면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여기에 경미한 수준의 관세범 위반자에 대한 처벌을 벌금에서 과태료로 전환하고, 사회봉사로 벌금을 대신하도록 하는 '벌금 미납자의 사회봉사 집행에 관한 특례법'도 내달 말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불필요한 관세 전과범 양산을 막고, 경제적 능력이 없어 벌금을 내지 못하는 서민들의 생활 안정을 감안한 조치'라지만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높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시장경제에서는 공평하고 투명한 시장 질서가 필요한데 이번 서민 세제지원 방안처럼 원칙에 어긋나는 조치를 남발할 경우 정도를 걷는 사람들에게 허탈감을 안길 수 있다"며 "보다 치밀한 서민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j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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