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잇따라 신종플루 사망자가 발생하자 열도가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30일 치러지는 총선의 후보가 감염돼 유세를 중단하는가 하면 프로야구단 선수들의 집단 감염도 확인됐다. 일본 정부는 사실상 '본격적인 대유행'을 선포한데 이어 향후 급속한 확산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일 일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에 거주하는 81세 여성이 신종플루로 숨졌다고 나고야시가 발표했다. 다발성골수종과 심부전 환자인 이 여성은 39도가 넘는 고열로 입원한 뒤 신종플루 감염자로 확인됐으며 이날 중증 폐렴으로 숨졌다. 이 여성은 일본에서 15일 오키나와(沖繩), 18일 고베(神戶)에 이어 세 번째 신종플루 희생자다. 숨진 사람들은 모두 당뇨병, 고혈압 등으로 면역력이 약해진 고령자들이었다.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후생노동성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신종플루의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됐다고 봐도 좋다"며 사실상 일본 내 '대유행'을 선포했다. 마스조에 장관은 "감염이 확대되기 쉬운 학교가 여름방학 중인데도 불구하고 환자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개학 이후 감염이 더 급격하게 늘어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국립감염증연구소 감염증정보센터에 따르면 3∼9일 일본 내 5,000개 지정 의료기관의 인플루엔자 환자수는 4,630명으로 의료기관 1곳 당 평균 0.99명을 기록해 대유행 판단 기준인 1명에 근접했다. 특히 오키나와현은 의료기관 1곳당 환자 수가 그 전주에 평균 11.79명에서 3~9일엔 평균 20.36명으로 급증했으며 나라(奈良ㆍ1.85명) 오사카(大阪ㆍ1.80명) 도쿄(東京ㆍ1.68명) 나가사키(長崎ㆍ1.50명) 나가노(長野ㆍ1.44명) 등도 감염이 크게 늘었다. 연구소는 이 기간 동안 일본 내 인플루엔자 감염자를 6만명으로 추정, 그 상당수가 신종플루 환자라고 보고 있다.
감염이 확산되면서 프로야구팀 '일본햄'에서 3명의 환자가 발생해 사인회를 중단했고 고교야구선수권대회 출전팀에서도 집단 감염이 확인됐다. 총선에서 고이즈미(小泉) 전 총리의 차남과 대결하는 민주당 후보도 신종플루 증세로 유세를 잠정 중단했다.
후생노동성은 향후 환자가 급증할 경우, 중증환자 대처가 충분치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감염이 의심되는 지병 환자나 임신부, 유아 등에 조기 진찰을 당부했다.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환자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병원 내 감염 방지에 신경 써주도록 주문했다. 일본 정부는 가을, 겨울 대유행에 대비해 모두 5,300만명 분의 백신을 준비할 방침이지만 올 연말까지 일본내 생산 능력은 1,700만명 분이 한계여서 긴급 수입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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