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사장들이 잇달아 물갈이될 것으로 보이면서 언론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 악화 책임 등에 대해 불신임을 받아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는 물론, 외부로부터의 사퇴 압력에 시달리는 등 가히 언론사 수장들의 '수난시대'다.
경향신문 이영만 사장은 최근 국ㆍ실장 회의를 열고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 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 사퇴로 경향신문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 사장직무대행에 박승철(56) 상무를 선임했다. 경향신문 사원주주회는 이날 이사회에서 21일까지 경영진추천위원회를 구성, 후임 사장 선임과 관련한 일정과 방법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이영만 사장은 전국언론노동조합 경향신문지부가 추진한 중간평가 투표 결과, 59.57%의 불신임을 받았다. 이 사장은 사내게시판을 통해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영위기 때문에 경영다운 경영을 하지 못했다"며 "유동성 위기 때문에 절반의 임금을 깎자고 했는데도 그 안을 통과시켜준 모든 직원들께 죄송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남아있는 분들이 회사 경영을 조속하게 정상화시켜 현재 뻗어가는 경향신문의 성가를 더욱 높여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19, 20일 이틀 동안 정기 이사회를 열고 MBC 경영현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보고에는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참석해 MBC의 총괄ㆍ부문별 사업현황과 계획 등을 설명했다.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MBC가 지난 상반기 394억원 적자를 기록한 점, 프로그램의 경쟁력, 인력 문제 등에 대한 강도높은 질의와 추궁이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룡 방문진 이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MBC는 현재 경영의 위기, 콘텐츠의 위기, 신뢰의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현안 보고를 받고 이사진이 관심을 두고 중점적으로 소명받을 질문을 해야 현 경영진의 공과를 짚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미디어오늘은 19일 방문진이 MBC 업무보고를 앞두고 MBC측에 전달한 질의서에서 노조의 경영권, 인사권, 편집권 침해 사례 등을 들며 노조 활동을 탄압하고, MBC의 방송 내용이 불공정하다고 단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은 특히 방문진이 'PD수첩'과 관련해 게이트키핑이 있었는지, 누구 책임인지, 구조화된 것인지 등을 따져 물었으며 엄 사장에 대해서도 강도높게 책임 추궁을 했다며 현 경영진 사퇴와 노조와해를 위한 수순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를 열어 KBS 이사 11명에 대한 추천안을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에 새로 선임되는 KBS 이사들은 11월 임기가 끝나는 이병순 KBS 사장의 후임자를 뽑거나 이 사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현재 이사 후보로는 손병두 한국경제연구원 상임고문과 성병욱 세종대 석좌교수, 이세중 전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 다큐프로그램 표절 논란에 휩싸여 홍역을 치른 EBS의 구관서 사장도 9월 임기가 만료된다. EBS는 이 달 중 방통위 공모를 통해 9월 14일 새로운 이사진(9명)을 구성한 뒤 곧 사장을 교체할 예정이다.
한편 감사원이 최근 EBS에 대한 예비감사에 착수한 것과 관련, 한 EBS 관계자는 "지난해 정연주 전 KBS 사장이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통해 결국 해임됐던 과정이 떠오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종한 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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