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기자의 눈] 무리한 기소, 반성없는 檢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기자의 눈] 무리한 기소, 반성없는 檢

입력
2009.08.20 00:46
0 0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 했던가. 상급심이 남아 있어 섣부른 판단은 이르지만, 18일 정연주 전 KBS 사장의 배임 혐의에 대한 1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은 순리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애초부터 검찰이 무리수를 두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법원의 중재를 수용해 세금소송을 조정으로 매듭지은 게 업무상 배임이라는 검찰 논리대로라면, 법원은 범죄의 공범 또는 교사범이 되는 꼴이다. 재판부가 무죄 판단의 근거를 무려 10가지나 제시하면서 검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 또한 이례적이다.

최고의 법률가 집단임을 자부하는 검찰이 이 같은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때문에 검찰의 기소가 지난해 감사원과 방송통신위원회 등이 총동원됐던 현 정부의 '정연주 축출 시나리오'의 일환이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 전 사장 해임 처분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 위한 '정치적' 기소였다는 것이다.

해임 과정에서 정 전 사장 개인은 명예나 자긍심에 상처를 입었고, 우리사회는 소모적인 논쟁에 휩싸여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지불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법원 판결을 납득할 수 없다"며 항소 방침만 밝힐 뿐, 정작 무리한 기소에 대한 반성이나 책임지려는 자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수사를 지휘했던 최교일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은 이후 서울고검 차장을 거쳐 최근 검찰 내 '빅4'의 요직으로 꼽히는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영전'했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이 합리적 이유 없이 서둘러 세금소송을 취하했다고 주장하나, 그보다는 기소 자체에 합리적이지 못한 의도가 개입됐던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성 없는 검찰권 행사는 검찰과 국민의 사이를 더욱 벌려놓을 뿐이다.

김정우 사회부 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