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PC) 역할까지 겸하는 미래 TV를 연구 개발중입니다."
19일 서울 서초동 LG전자 연구개발 캠퍼스에서 만난 권일근(47ㆍ사진) LG전자 LCD TV 연구소장(상무)은 요즘 LCD TV의 미래를 연구하고 있다. 아직까지 LCD TV가 대세지만 한 발 앞서 나가야 하는 연구소는 이미 'LCD TV 이후'를 고민하고 있다.
그만큼 LG전자에서 권 소장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그는 한창 주목받는 무선 발광다이오드(LED) TV를 개발한 장본인이다. TV 본체에 전원 코드만 달려 있고, TV 안테나 선과 DVD 및 블루레이 재생기 등 주변기기는 별도 셋톱박스에 연결한 뒤 무선으로 TV에 신호를 보낸다. 당연히 TV 뒷면에 선이 하나도 없어 깔끔하다.
특히 권 소장은 직하형 LED TV를 개발해 관심을 끌었다. 직하형이란 LCD 기판 뒷면 전체에 LED를 설치해 화면을 밝히는 방식이다. 화면이 밝고 검은색 표현이 뛰어나지만 LED가 많이 들어가 가격이 비싸다.
반면 또다른 방식인 엣지형은 LCD 테두리에만 LED를 부착해 원가가 적게 들고 얇게 만들 수 있다. 그래서 엣지형 LED TV를 만드는 업체들은 '얇은(슬림) TV'를 강조한다.
그런데 권 소장은 독자 개발한 기술로 엣지형의 슬림 디자인을 따라잡았다. 그는 "LED를 뒷면 전체에 설치하는 직하형은 투사거리가 길어서 얇게 만들 수 없는데, LED에 렌즈를 덧씌워 투사거리를 줄였다"며 "이것이 직하형 슬림TV의 비결"이라고 공개했다. LG전자는 독자 개발한 이 기술 관련 30건의 특허를 국내외에 출원했다.
다음달이면 독자 개발한 300만원대의 엣지형 LED TV를 내놓을 예정이다. 권 소장은 "신제품 LED TV는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는 획기적 제품"이라며 "리모콘을 허공에 휘두르면 TV가 동작을 인식해 각종 기능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닌텐도의 동작 인식 게임기에서 힌트를 얻어 개발한 이 제품은 리모콘이 TV 마우스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여기 그치지 않고 미래 TV도 개발중이다. 권 소장은 기판 전체를 LCD가 아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만드는 TV와 인터넷 기능이 접목된 네트워크 TV를 미래 TV로 꼽았다. 그는 "2011년이면 40인치급 OLED TV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인터넷 검색, 인터넷으로 영화 및 게임 등을 사고 팔 수 있는 TV판 온라인 소프트웨어 장터인 'TV 앱스토어' 등의 기능을 갖춘 네트워크 TV도 개발 중"이라고 강조했다.
권 소장은 "LG전자의 기술 리더십이 플랫폼 전략에서 나온다"고 역설했다. 즉 2, 3년 전 각 부서별로 흩어져 있던 개발용 소프트웨어를 최근 거대한 서버 한 군데에 몰아놓고 공동으로 이용하고 있다. 그는 "소프트웨어를 모아놓고 함께 이용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개념"이라며 "자동차 개발과정에서 영감을 얻어 이 방식을 도입, 연구비용과 개발기간을 단축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술 리더십 덕분에 LG전자는 TV 분야에서 내년 이후 세계 1위를 다툴 예정이다. 권 소장은 "내년에 세계 LCD TV 시장의 30%는 LED TV가 차지할 것"이라며 "내년 이후 세계 1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최연진 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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