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와 단 둘이 이렇게 긴 시간을 보내기는 참 오랜만이다. 그 애를 어린이집에 맡기던 네 살 이전으로 되돌아간 듯하다. 그땐 24시간이 그 애 위주로 돌아갔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겨드랑이나 엉덩이 어디 하나 샅샅이 살펴보지 않은 데가 없었다. 작은 점 하나도 어디 있는지 알고 옹알이만으로도 그 애가 원하는 걸 알았다. 물론 지금까지도 그 애와 떨어진 적은 없다.
귀가하면 그 애는 그 애 방에서, 나는 내 방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뿐. 틈틈이 바짓단을 늘이고 치수 큰 옷으로 바꿔 입히면서 그 애가 커가는 걸 실감했을 것이다. W시에서 우리가 지낸 방은 싱글 침대 두 개가 간신히 들어가는 작은 방이었다. 자연스럽게 툭툭 몸이 부딪혔다. 창가에 나란히 놓인 책상에 앉아 있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코앞에 여드름 난 그 애의 뺨이 있었다.
어릴 적 품에 안고 들여다보던 것처럼 오랜만에 아이의 이목구비와 뒤통수, 발가락 하나하나 뜯어본다. 그러는 사이 내가 낳은 그 갓난 아기는 어디 가고 내가 잘 모르는 아이가 와 있는 것처럼 낯설어지기도 했다. 눈은 언제 저렇게 짝짝이가 되었나. 손톱 무는 습관은 언제 생겼지? 무엇 때문인지 그 애가 토라졌다. 오전 내내 입을 내밀고 있는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옹알이만으로도 마음이 통했는데 이젠 그 애가 하는 어떤 말은 아예 알아듣지도 못하겠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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