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전문 미술관인 서울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서예전이 열린다. 21일부터 10월 8일까지 열리는 '각도인서(刻道人書)_조각가 김종영의 서화'전은 한국 현대 조각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종영(1915~1982)이 쓴 40여점의 서예와 서화 작품을 모은 전시다. 조각가의 서예 전시라니 뜻밖일 수도 있겠지만, 사정을 알고보면 이상한 일이 아니다.
증조부가 정삼품을 지낸 선비 집안에서 자란 김종영은 어린 시절부터 한학과 서예를 익혔고, 조예 또한 깊었다. 그는 "추사의 조형 원리가 내 조각의 핵심"이라고 말할 만큼 서예에서 받은 영향을 강조했다.
생전에 한번도 서예를 세상에 내놓지 않았지만, 전시를 권하는 지인에게 "서예가 다른 작품을 죽일 수 있다"며 거절했을 만큼 자부심도 높았다. 이당 김은호는 우연히 인사동에서 김종영의 글씨를 보고 '선필(仙筆)'이라 했다고 한다.
김종영 서예의 대부분은 노자와 장자 등 도가의 글을 발췌한 것이다. 물질에 대한 개입과 변형을 자제하고 재료의 성질을 존중하면서 천연의 아름다움을 찾는다는 그의 조각 철학이 동양 철학에서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김정락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동양예술이 지고의 경지로 여기는 무위(無爲)가 '불각(不刻)의 미'로 요약되는 김종영의 작품 세계에 닿아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김종영은 서예의 조형과 구조 원리를 조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살아있는 서예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가"라며 "김종영의 글씨를 통해 그런 사실을 되짚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김종영미술관 수장고에서 김종영의 서예 작품 800여점이 발견되면서 준비된 것으로, 그 중 70여점의 도판을 담은 책 <우성 김종영의 서예: 서법묵예(書法墨藝)> (열화당 발행)가 함께 출간된다. (02)3217-6484 우성>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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