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전까지만 해도 없던 벌통이 또 생겼네요."
17일 위례신도시가 들어설 서울 송파구 장지동 일대.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검은색 위장막으로 덮인 수 백 개의 비닐 하우스가 발 디딜 틈도 없이 설치돼 있다. 내부로 들어서자 스티로폼과 나무로 조잡하게 만든 벌 통 240여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하지만 정작 벌은 보이지 않았다.
영업 보상금, 일명 '딱지'를 받기 위해 누군가가 갖다 놓은 위장 벌통이기 때문이다.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벌통 20상자를 갖고 있으면 20㎡가량의 상업용지를 보상 받을 수 있다. 가격은 4,000만원 정도이지만 현재 8,000만∼1억원에 거래되고 있다.
택지개발예정지구 지정고시일(2006년 7월) 이후 들어선 벌통은 보상 대상이 아니지만 벌통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다.
인근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마을 입구 창곡천에는 오리떼 수십 마리가 헤엄을 치고 있다. 오리도 200마리가 넘으면 보상해 주는 규정을 노리고 누군가 갑자기 구해다 풀어놓은 것이다.
잡초를 헤치고 10여분 걸어 들어가니 비닐 하우스 2개 동에 주인 없는 '쪽방' 15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7㎡ 남짓한 공간에 방과 부엌까지 딸려있고, 낡을 대로 낡은 소파와 책상, 옷걸이, 싱크대 등 가재 도구가 늘어서 있다. 역시 보상을 노린 위장 쪽방이다.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는 "쪽방 하나 당 1,500만원 가량에 거래된다"면서 "사기꾼들에게 속아 쪽방을 사게 되면 그대로 돈을 떼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1㎞ 가량 떨어진 곳에는 급조 한 듯한 콘크리트 건물 2개 동이 모습을 나타냈다. 1층에 S상회, J액세서리 등의 간판이 내걸려 있지만 출입문은 잠겨 있고 불도 꺼져 있다. 한 눈에 보기에도 유령 상가가 명백해 보였다.
위례신도시가 용지보상 등을 노린 불법 투기꾼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자고 나면 벌통이 생겨나고 비닐하우스가 들어서고 있다. 투기꾼들은 특히 "목돈을 쥐어주겠다"며 일반 투자자들까지 모집, 사기 분양에도 나서 자칫 대규모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실제 토지공사가 파악하고 있는 투기목적의 시설물은 비닐하우스 1,700여 동, 건물 50여 동, 벌통 8,000여 개, 가축 1,000여 마리에 이른다.
홍석기 위례사업본부장은 "이 같은 불법 행위에 속아 보상금을 지급할 경우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들만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다음달 말까지 철저한 보상 심의를 거쳐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단 한푼의 보상금도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2,585㎡)와 경기 성남(2,787㎡) 하남(1,416㎡)에 걸쳐 지어지는 위례신도시는 4만8,000가구 규모로 현재 토지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이며 2014년 말 준공 예정이다.
글·사진=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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