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조'는 등번호 21번을 달고 21년 동안 한결같이 뛰었다. 그리고 미련 없이 후배들에게 길을 내주기로 했다.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 입은 그는 "20년 이상 꾸준히 공을 던졌다는 게 자랑스럽다. 내가 생각해도 자랑스럽다"며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6일 현역 은퇴를 선언한 '불사조' 송진우(43ㆍ한화)가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담담하게 소회를 밝혔다.
송진우는 18일 오후 대전 유성 리베라호텔에서 공식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언제나 열심히 했기 때문에 후회는 없고 내 자신에게 만족한다. 은퇴는 새로운 시작이라 생각한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선수 때만큼 열심히 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989년 한화의 전신 빙그레 이글스에 입단한 송진우는 21시즌 동안 통산 210승, 3,000이닝 투구, 2,000탈삼진 등 불멸의 기록들을 만들어내며 한국 프로야구 역사의 살아있는 전설로 마운드를 지켜왔다. 그러나 올시즌에는 1승2홀드 평균자책점 7.36에 그친 뒤 4월 이후 2군에만 머물다 은퇴를 결정했다.
송진우는 "1989년 프로 데뷔전에서 롯데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뒀다. 이후 21년 동안 데뷔전 완봉승 투수가 안 나왔다"며 애착을 보였다. 송진우는 이어 "개인적으로는 3,000이닝 투구가 가장 소중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던져 좋은 기록도 있고 나쁜 기록도 있지만 이닝수가 많다는 것은 꾸준하게 마운드에서 공을 던졌다는 기록이다. 숫자상으로 20년 동안 150이닝을 던져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말미에 이르러 송진우는 "그 동안 화려함 보다는 꾸준함으로 야구를 한 것 같다. 비록 20승은 못했지만 10승씩 꾸준히 했다. 계속 팬들에게 꾸준한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특히 나이를 먹고 나선 40대 중년 분들이 내게 많은 응원을 보내줬고 큰 힘이 됐다. 끝까지 나를 사랑해준 한화 팬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담담하게 마지막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그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렸다.
한화는 구단의 간판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송진우의 위상을 고려해 올시즌 중으로 공식 은퇴경기를 계획하고 있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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