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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고속철 KTX-Ⅱ 12시간 시승 단독취재… 쾌속! 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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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고속철 KTX-Ⅱ 12시간 시승 단독취재… 쾌속! 쾌적!

입력
2009.08.1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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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저녁 경기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코레일 고양철도차량기지. 야간 테스트 운행에 투입될 KTX-Ⅱ 열차가 출발을 앞두고 안전 점검이 한창이다.

국내 독자기술(국산화율 87%)로 탄생한 KTX-Ⅱ. 프랑스 TGV가 설계ㆍ제작한 기존 KTX에 비해 월등히 빨라진 가속 추진과 제동력은 국내 철도차량 제작 기술의 급성장을 알리는 개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는 12월 고속철 호남ㆍ전라선(서울-목포, 서울-여수)과 경전선(밀양-마산) 구간에 상용 투입을 목표로 야간 테스트 운행을 시작한 KTX-Ⅱ를 본지가 단독으로 밤샘 시승 취재했다.

철저한 출발 준비

오후 8시. 시운전 통제관인 김정훈 온보드(On-board) 매니저를 중심으로 한 코레일 직원들과 차량 설계ㆍ제작사인 로템, 국내 주요 차량 부품업체 관계자들이 모여 이날 시운전에서 체크해야 할 항목들을 점검했다.

테스트 항목은 최대속도 가속 및 급제동 성능. 9시 회의가 끝나자 신호ㆍ전기ㆍ통신ㆍ동력 등 각 분야 담당자들이 출발 전 최종차량점검에 나섰다. 이미 오후 5시부터 2~3시간에 걸쳐 차량 전체에 대한 정비는 마친 상태지만 시운전이란 특성 탓에 복수 점검은 필수라고 했다. 점검 또 점검 끝에 10시 가까이가 돼서야 모든 출발 준비가 마무리 됐다.

진일보한 국내 고속철 기술

기장(기관사)을 비롯해 차량운행지도과장, 차량개발팀 연구원 등 차량 테스트 관계자들과 함께 KTX-Ⅱ 운전실에 올랐다. 오후 10시 정각에 떨어진 출발 신호와 함께 육중한 열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역을 지나 광명역에 이르기까지 시내구간을 지나는 동안에는 시속 10~70㎞ 미만의 저속 주행과 신호 테스트가 이뤄졌다.

오후 11시2분, 광명역을 출발한 열차가 최고속도 추진력 테스트에 들어갔다. 서서히 속도가 붙더니 어느새 계기판은 시속 300㎞를 가리켰다. 시속 0→300㎞까지 걸린 시간은 6분11초(371초). 제원상 기준(316초)에는 못 미쳤다.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일까. 차량 제작사 로템의 김규태 책임연구원은 "언덕 및 회전이 포함된 구간에서 올린 속도라 기준수치에 못 미친 것일 뿐 기존 KTX에 비해 가속 능력이 훨씬 좋다"고 귀띔했다.

이번엔 제동 성능 테스트. 최고속도를 유지하던 열차가 서울역 기점 124㎞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미끄러지는 듯한 열차는 정확히 3㎞가 지난 127㎞ 구간에 정지했다. 만족스런 표정들이다. 제원상 기준(3.3㎞)보다 제동거리가 300m나 짧게 측정됐다.

테스트 운행을 맡은 코레일 김윤하 기장은 "기존 고속철에 비해 가속 속도가 빨라진 것은 물론 이에 맞게 제동능력도 훨씬 개선된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실제 운행에서 잔고장만 없다면 외국 고속철과 비교해도 분명 기술 경쟁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18일 자정, 행신역을 출발한지 정확히 2시간 만에 서대전역에 도착했지만 동승한 기계 설비 책임자들은 차량에 남아 컴퓨터로 운행 세부 기록을 살피며 오차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높아진 주행ㆍ승객 편의성

새벽 5시58분. 승객 편의성과 소음도를 알아보기 위해 이번엔 상행선 시운전 열차의 일반 객실 차량에 올랐다. 기존 KTX에 비해 좌석 앞뒤 공간이 넓고, 운행 소음도 다소 줄었음을 느낄 수 있다. 종전 KTX에는 없던 가족실과 스넥바에도 눈길이 간다. 특실 차량에는 모두 360도 회전이 가능한 전동식 시트가 설치돼 역방향 좌석에 대한 불만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신탄진 인근을 지나며 다시 최고속도 추진 테스트가 걸렸다. 오송을 지나며 시속 300㎞를 찍기까지 350여초. 기존 KTX 제원(360초)보다 덜 걸렸다.

코레일 수도권철도차량관리단 백종길 팀장은 "현재 약 70% 정도의 성능을 내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연말까지 4만㎞ 가량 시운전을 거치며 튜닝을 하면 100% 성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역을 경유한 시운전 열차가 7시30분 행신역 고양차량기지에 도착하며 제34차 KTX-Ⅱ 테스트 운행은 마무리됐다. 좌석 밑으로 전해지는 미세한 흔들림이나 고속으로 터널 통과 시 귀가 멍해지는 불편함 등 개선될 부분은 분명 있었지만, 그래도 국산 KTX의 업그레이드된 성능을 느끼기엔 충분한 기회였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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