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민사8부(부장 김창보)는 18일 한국전쟁 당시 울산보도연맹 사건으로 숨진 장모씨 아들 등 유족 50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1ㆍ2심 재판부 모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를 '사건이 발생한 때로부터 5년, 불법행위라고 안 때부터 3년'이라는 민법 조항을 근거로 판단하면서도, 결론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1950년 사건이 발생했지만, 60년 유해 발굴 당시 불법행위가 인지돼 63년에 시효가 소멸된 만큼 지난해 6월 제기된 이 소송에서 국가는 배상 책임 없다"고 판단했다.
변호인은 "61년 박정희 정권이 출범한 후 국가가 지속적으로 사건을 은폐해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2007년 진실ㆍ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상규명으로 비로소 진실이 밝혀진 만큼 손해배상 청구권 시효가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며 희생자와 배우자 등에게 모두 2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국가가 이 사건을 조사한 것은 진상을 규명하고 화해와 통합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지 시효에 대한 이익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피해자 유족 김정호(63)씨는 "네 살 때 아버지가 총살당하고 홀어머니와 어렵게 살았는데 국가가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권지윤 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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