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승리로 54년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가 막을 내릴지 주목되는 일본 중의원 선거전이 18일 공시와 함께 본격 시작된다. 선거일은 30일. 여론조사 추이로 볼 때 앞으로 판세에 큰 변동이 없는 한 민주당 단독 또는 사민, 국민신당과 연립한 형태로의 정권 교체가 확실시된다.
민주당은 아시아 중시 외교를 거듭 강조하고 있어 향후 한일관계에 순풍이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 정책의 기본적인 틀은 기존 자민당과 별로 다르지 않기 때문에 지나친 기대가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의 대 아시아 정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주변국과 최대 갈등 요인인 야스쿠니(靖國)신사 문제 해법이다. 민주당은 지난달 발표한 정책집에서 '야스쿠니신사는 A급 전범이 합사돼 있기 때문에 총리나 각료의 공식참배는 문제가 있어 새로운 국립추도시설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토야마(鳩山) 대표도 15일 일본 패전일을 전후해 이 정책의 실현 의지를 거듭 과시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村山) 담화를 계승한다고 말하면서도 현직 총리가 8월 15일 버젓이 야스쿠니를 참배해온 자민당 정권과 민주당의 정책은 분명 차이가 있다. 정교(政敎)분리를 명시한 헌법에 어긋난다는 일본 내 비판과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주변국 정서를 감안한 것이다.
하지만 대체시설 건립으로 야스쿠니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대체시설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를 그대로 둔 채 시설이 하나 더 늘어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대체시설이 있더라도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총리나 각료가 나오면 달리질 게 없다.
이와 관련 민주당 오카다(岡田) 간사장은 13일 추도시설은 "있어야 하지만 야스쿠니에 참배하고 싶다는 총리가 향후 나올지도 모른다"며 "야스쿠니신사 문제와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전했다. 이 신문은 민주당내에도 8월 15일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의원이 있다며 과거 고이즈미(小泉) 정권 때처럼 지나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아시아 주변국에 친화적이어서 돌발적인 외교 갈등을 부를 가능성은 자민당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하토야마(鳩山) 대표의 아시아 공동통화 창설 등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지극히 추상적이지만 그 취지는 아시아에 대한 각별한 정서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 또 하토야마 대표는 야당 당수로서 이례적으로 대표 취임 직후 한국을 방문했고, 최근 주일 외국특파원 기자회견에서는 북핵 해법과 관련, "일본과 한국의 협력이 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기자클럽 주최로 16일 열린 '6당 당수 토론회'에서는 재일동포가 다수인 영주권자의 지방참정권 부여 문제와 관련해 아소(麻生) 총리가 반대 의사를 표시한데 반해 하토야마 대표는 "찬반 양론이 있지만 좀더 적극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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