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청와대 영빈관. 연회장에 맞게 클래식 연주를 위해 꾸며진 팝 오케스트라에서 색소폰 주자 최광철(48)씨는 재즈 뮤지션으로서의 반란을 시도했다.
갑자기 그의 색소폰 소리가 대금 소리로 변하더니, 음이 끊이지 않는 순환 호흡법 연주로 구성진 한국 민요 메들리가 펼쳐진 것이다. 전혀 예기치 못한 돌발 행동에 당시 한국측 행사 준비자들은 낯이 거의 흙빛이 됐다.
그러나 행사를 마칠 즈음, 본인이 색소폰 연주자이기도 한 클린턴은 최씨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듣지도 보지도 못한 연주에 찬사를 표했다. 재즈맨 대 재즈맨의 만남이었다.
이후 소극장 '예'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최씨는 지방으로 무대를 옮겨 서울서 자취를 감췄다. 잔뼈가 굵은 대구로 활동 영역을 바꾼 최씨는 1999년 대구MBC FM에서 '최광철의 재즈 타임'을 진행했다. 2003년에는 부산MBC FM으로 옮겨 '최광철의 재즈 포트'를 진행하는 등 그간 경북.경남 일대에서의 활동에 주력해 왔다.
그런 그가 돌아온다. '최광철 10년만의 귀환'이란 무대로 본격 서울 활동 재개를 알린다. 최씨는 최근 재즈기획사 재즈파크측의 서울 활동 요청을 수락, 새 음악 인생을 가늠하고 있다. 이번 콘서트는 TBC(대구방송) FM, 마산MBC, 지방분권운동 본부, 한국ㆍ몽골우호협회 등 최씨가 그간 지방에서 쌓아온 인연들이 음양으로 축적된 결과이기도 하다.
상경을 택한 데는 지난 세월과 화해하고픈 마음이 크다. 최씨는 "피난민으로 이북 고향땅을 못내 잊은 부친은 조금이라도 북녘과 가까이 있겠다며 포천에 묻어달라 했다"며 "서울로 돌아온 것은 사실은 포천에서 가깝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고 말했다. 홈페이지(www.choikwangchul.net)도 만들었다.
그는 마포구 공덕동 사무실을 근거지로 해, 그동안 친분을 쌓은 인사들을 중심으로 '재즈 포럼'을 만들 계획이다. 9월 25일 '예' 소극장 공연 재개를 신호로 재즈 뮤지컬 등 재즈를 중심으로 한 각종 공연물을 선보이는 '최광철의 MT'도 매월 1회 치르며 후배들도 키울 생각이다.
시금석이 될 이번 무대는 베이스 주자 전성식, 드럼 주자 이상훈, 피아니스트 원다희 등 정예 후배들과 쿼텟을 이뤄 재즈의 스탠더드를 펼친다. 유명한 '색소폰 대금'도 감상할 기회다. 19일 오후 7시30분 서울 삼성동 섬유센터 3층 이벤트홀.
장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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