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공포 확산을 막을 유일한 대안은 백신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앞당겨 국민들의 불안을 떨치겠습니다."
국내 처음으로 신종플루 백신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전남 화순군 화순읍 녹십자 백신공장. 17일 오후 찾아간 공장 내 복합관 품질실험실은 멸균복을 입은 직원 20여명이 바쁘게 오가는 등 긴박감이 흘렀다.
여기서는 자체 생산한 신종플루 백신 원액의 적합성 여부와 백신 완제품 개발 및 검사 등이 이뤄지고 있었다. 직원들은 벌써 한 달 넘게 24시간 비상근무를 하느라 지칠 듯도 했지만 쉴 틈이 없었다.
이 공장 백신본부 이인재 이사는 "이미 신종플루 백신의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췄고 이르면 9월초부터 백신 완제품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며 "백신의 품질 수준도 선진국의 제품과 같거나 그 이상으로 높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표준백신만 보내오면 곧바로 생산에 들어갈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라고 말했다.
화순 백신공장이 신종플루 백신 전문 생산시스템으로 전환한 것은 8월초. 공장 측은 계절독감 백신 생산을 중단한 채 매주 27만개의 백신용 무항생제 유정란을 투입, 신종플루 백신원액을 생산해 내고 있다.
공장 측은 특히 6월초 영국 NIBSC(국립생물의약품표준화연구소)와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로부터 신종플루 균주를 확보해 백신 제조용 바이러스 (Working seed)를 만든 뒤 이 백신을 유정란에 접종, 백신 시제품까지 만들고 있다. 신종플루 백신의 '1차 개발'이 완료된 것이다.
생산지원팀 정진동 부장은 "이번 주 내로 세계보건기구에서 신종플루 백신 1도즈(doseㆍ1회 접종분) 당 면역 바이러스 함량기준량 등을 정한 표준백신을 보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게 되면 9월부터는 완제품 생산이 가능하고, 두 달 후인 11월께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백신 완제품이 시판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임상과 비임상 실험 등 안전성 평가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녹십자 측은 보통 임상실험의 경우 6개월 이상 실험을 진행해 안전성 문제를 검토해야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과 협의해 실험기간을 2개월 정도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조만간 본격적인 신종플루 백신 생산이 가능하더라도 국내 백신 확보가 안정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녹십자 측은 "계절독감 백신 수율이 유정란 1개 당 0.5~1도즈인데, 신종플루 백신 수율은 이보다 더 떨어지고 있다"며 "현재 확보한 신종플루 백신 원액으로는 수십만명분의 백신 밖에 만들지 못해 지속적인 유정란 대량 수급에 나서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화순=안경호 기자 k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