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남북 교류협력 사업 전반을 복원하는 데 파격적으로 합의한 북한의 '속내'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현 회장이 북측과 합의한 5개항이 남북 당국간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북한 속내에 대한 의구심은 왜 북한이 현대에게 먼저 이런 선물을 안겼는가 라는 궁금증과 맞물려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명박 정부의 의중을 떠보려고 한다는 데 대체로 동의한다. 북한이 민간기업인 현대라는 매개체를 통해 남북관계의 '공'을 우리에게 넘겼다는 시각이다. 5개 합의사항을 뜯어보면 이러한 북측의 의도는 확연하다. 금강산ㆍ개성 관광 재개, 개성공단 활성화, 백두산 관광 개시, 이산가족 상봉 등은 남북 당국간 논의 없이 진행이 불가능한 사안들이다.
유호열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민간 차원에서나마 경협 진행에 합의한 것은 강경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겠다는 메시지"라며 "현대를 통해 북한측의 의도를 전달하는 것과 동시에 우리 정부의 의중도 파악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측으로서는 할 수 있는 것을 다 했다고 밝히며 수용 여부, 파국 시 책임 등을 남측에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간 면담이 대북 메시지를 담은 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가 공개된 다음날 이뤄진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번에 명시적으로 남측 당국에 대화 제의가 없다는 점은 북측의 '전술적 의도'를 어느 정도 짐작케 한다. 민간과 당국을 확실히 구분할 것이며, 현대와의 합의가 실익을 위한 것일뿐 다른 뜻은 없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 한 전문가는 "6자회담이 열리지 않은 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지속되는 만큼 북한의 입장에선 당장 현찰이 아쉽다"고 밝혔다. 따라서 북한이 이번 합의를 3대 관광사업이나 개성공단 사업 등을 통한 경제적 보상도 기대할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한이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물밑에서 북미대화를 저울질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대북특사'인 현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 당국 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큰 그림'에 주목한다. 김 위원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면 이번 합의는 남북 관계 전환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한편 일각에선 현대그룹이 김 위원장의 '선물'에 따라 민간 대북지원 단체 등을 통해 '대가'를 약속하는 이면 합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현 회장은 귀경 기자회견에서 "그런 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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