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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스타일, 스토리의 '엣지'도 제대로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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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hat's hot!] 스타일, 스토리의 '엣지'도 제대로 살릴까

입력
2009.08.17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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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주말드라마 '스타일'은 이상한 스타일을 지녔다. 이 드라마의 겉에는 엣지, 명품, 패션화보 같은 단어들이 달렸지만, 그 안에는 출생의 비밀 같은 설정이 존재한다.

재벌가의 숨겨진 아들 서우진(류시원)은 패션 잡지 '스타일'의 발행인 손병이(나영희)와 이복 남매고, 박기자(김혜수) 역시 이복 남매가 있다. 20~30대 여성들이 읽던 원작 소설을 더 대중적인 주말 드라마로 만들면서, '스타일'은 여성의 '쿨한'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칙릿 소설과 기존 트렌디 드라마의 설정을 '믹스 앤 매치'했다.

박기자가 "죽은 어머니의 명예를 회복하라"면서 서우진을 '스타일'의 화려한 파티장으로 부른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스타일'은 박기자가 카메라에서 사라지면 바로 철지난 트렌디 드라마만 남는다. 박기자는 잡지 화보 촬영을 위해 서우진의 콤플렉스를 이용하는 책사이고, 발행인의 눈치를 보는 잡지쟁이이기도 하다.

이는 화려한 외양을 가졌지만, 살아남기 위해 기를 쓰는 여성들의 이야기인 원작 소설과 트렌디 드라마의 감정선을 섞은 것이기도 하다. 반면 '스타일'의 다른 캐릭터들은 류시원이 한창때 출연하던 트렌디 드라마에서 전혀 달라지지 않는다.

일에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서정(이지아)과 달리, 서우진은 화가 난 상대에게 옷을 잡아당기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이서정은 무조건 착하기만 하거나 실수만 저지르고, 그의 선배 김민준(이용우)은 후배가 고생한다며 명품 구두를 사주는 '키다리 아저씨'다.

그래서 '스타일'은 박기자가 자신의 카리스마와 수단으로 판을 짜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고, 그 외의 시간은 캔디와 왕자님이 뛰어노는 구식 트렌디 드라마가 된다. '스타일'이 6회까지 박기자의 편집장 취임이 주 스토리가 된 것은 그 외에는 '엣지'를 살릴 방법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김혜수가 일하는 여성의 당당한 외양과 고달픈 내면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것과 달리, 류시원은 정확한 캐릭터도 못 잡은 채 과거의 연기 패턴을 그대로 반복한다.

'스타일'이 본격적으로 트렌디 드라마적 멜로드라마를 시작할 때, '엣지'있는 박기자와 다른 뻔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보여줄까.

이에 비하면 어시스턴트에게 국무총리 섭외를 맡기는 '스타일'의 비현실성은 오히려 사소해 보인다. 지금 '스타일'은 구식 디자인에 인기있는 아이템을 몇 개 붙인 옷처럼 보인다. 앞으로는 과거와 현재 스타일이 섞인 제대로 된 '신상'을 만들 수 있을까.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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