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폭행사건에 따른 무기한 실격 처분. 그리고 393일 만의 컴백. '돌아온 탕아' 정수근(32ㆍ롯데)이 1군 복귀 첫 주를 마감했다. 지난 12일 광주 KIA전을 시작으로 5경기에서 올린 성적은 타율 3할1푼8리(22타수 7안타) 4타점 4득점 2도루. 나무랄 데 없는 출발이다. 롯데의 골칫거리였던 2번 타순은 정수근의 성공적인 복귀로 제대로 된 주인을 찾은 모양새다.
■ 기다림 그리고 또 한 번의 기다림
징계가 확정된 지난해 7월 중순 이후 정수근은 하루하루가 너무도 길었다. 마산 용마고와 부산 경성대에서 훈련하긴 했지만 앞이 보이지 않으니 힘이 날 리 없었다. 단비 같은 징계 해제로 복귀가 눈앞으로 다가왔을 때 정수근은 또다시 기다려야 했다.
1군 등록 가능일은 지난달 28일. 하지만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당시 "현재로선 정수근을 1군에 올릴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라운드가 눈에 아른거리던 정수근으로선 못내 섭섭한 감정이 들 만했다.
하지만 정수근은 "복귀 예정일이 다가오다 보니 의욕만 앞섰던 게 사실"이라면서 "오히려 더 기다리다 올라온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정수근의 사람들
1년여 공백을 무색하게 하는 예전 그대로의 기량. 정수근은 모든 공을 주변 사람들에게 돌렸다. "양상문 2군 감독님의 프로그램대로 차분하게 몸을 만든 게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정수근은 2군에 머물 당시 5회까지만 경기를 뛰고 나머지 시간엔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았다. 체력 회복이 최우선이라는 양 감독의 확고한 생각 때문이었다.
최근 화제는 단연 독특한 타격폼. 정수근은 "목숨 걸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수근은 좌투수 상대 때마다 박정태 2군 타격코치의 현역 시절 폼을 따라 한다. "2군에 있을 때 효과가 있기에 코치님한테 허락 받고 하는 겁니다. 절대 장난 아닙니다."
두산 시절이던 2003년 이후 6년 만에 한솥밥을 먹게 된 단짝 홍성흔도 빼놓을 수 없는 은인이다. 친구의 잘못을 감싸기보다 냉정하게 깨우치도록 다그친 게 홍성흔이었다. "친구와 나란히 게임을 치르는 게 더없이 행복하다"는 정수근. 둘의 목표는 팀의 우승 하나다.
■ 정수근은 정수근이다
정수근의 징계 해제를 놓고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선 바 있다. 지금도 '안티팬'이 적지 않은 게 사실. 그라운드에서 솔직한 감정 표현에 제약이 있진 않을까. 정수근의 대답은 간단했다. "내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쇼맨십'으로 이름난 정수근은 복귀 후에도 여전히 '개그맨'을 자처하고 있다. "이왕 돌아왔는데 꾸며서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좋아해주는 팬들도 많으니 정수근 본 모습에 충실 하려 합니다."
양준호 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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