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역설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눠진다. 첫째 현행 전국구 비례대표제를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바꾸거나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는 방법이다. 둘째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ㆍ대선거구제로 바꾸는 방안이다.
선거구에서 최다 득표자 한 명만 뽑는 소선거구제를 2~5명 뽑는 중ㆍ대선거구제로 전환하는 선거구제 개편은 지역구 의원들의 정치생명이 걸린 문제로 실현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선거제도 개편 논의는 상대적으로 논란이 적은 비례대표제 개편 쪽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우선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거론된다. 이 제도는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눈 뒤 해당 지역의 정당 득표율에 맞춰 비례대표 의원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영남에 비례대표 의원을 10명 배정한 뒤 영남권 정당득표율이 한나라당 80%, 민주당 20%일 경우 한나라당이 8석, 민주당이 2석을 차지하는 방식이다.
장점은 어떤 정당이 특정 지역의 비례대표 의석을 싹쓸이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역 구도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영남과 호남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 극명하게 나눠져 있는 상황에서 각 정당이 몇 석을 더 얻는다고 해서 지역주의가 완화되기는 어렵다.
임좌순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초빙교수는 "특정 정당이 한 지역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상한선을 도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역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영남에서 10~20%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지만 한나라당은 호남에서 한 자릿수 득표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득표율이 유지될 경우 한나라당이 호남에서 의석을 제대로 가져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근소한 차이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에 우선 배정하는 석패율 제도도 검토 대상이다. 석패율은 당선자와 낙선자의 득표 비율을 의미한다.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한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로 동시에 등록하도록 허용하고 중복 출마자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로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 의원으로 뽑는다.
예를 들어 A후보가 5만 표 득표로 당선되고 B,C후보가 각각 4만 표, 3만 표를 얻어 낙선했다면 B후보와 C후보의 석패율은 각각 80%, 60%가 된다. 이들 가운데 석패율이 가장 높은 B후보가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된다. 이 제도는 1996년부터 일본에서 실시되고 있다.
이 제도의 장점은 호남과 영남에서 각각 출마한 한나라당과 민주당 후보자들의 활발한 지역구 활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표를 얻은 만큼 비례대표로 당선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또 지역주의 때문에 소선거구제에서 당선되지 못하는 유능한 인물도 비례대표로 구제받을 수 있다. 이 제도에서는 중진들이 중복 등록을 통해 쉽게 당선될 수 있기 때문에 정치권 물갈이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고선규 선거연수원 교수는 "국민과 직능 대표 역할을 해야 하는 비례대표가 지역 활동에 얽매일 수 있는 단점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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