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사망자까지 생겼지만 예방 백신과 치료약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16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 독감 백신 제조 회사인 녹십자의 공급 물량은 연말까지 최소 500만명분 정도다. 반면 정부는 현재 국민의 27%인 1,300만명에게 예방 백신을 접종시킬 계획이다. 보건 당국은 녹십자로부터 공급받지 못하는 나머지 물량은 해외에서 조달할 계획이지만 해외 제약사들은 단가가 낮다는 이유로 입찰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신종플루 가을 대유행'이 현실화하면 예방 백신 1,300만명분도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정부도 부랴부랴 이번 주에 녹십자의 신종플루 백신 임상 시험을 허가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신속한 백신 공급을 위해 동물 시험과 임상 시험을 거의 동시에 진행키로 했고, 녹십자는 이달 말 전 임상 시험을 시작하고, 다음 달 초 임상 시험 참가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이런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녹십자 백신은 11월 중순 시판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종플루에 예방ㆍ치료에 효과가 있는 항바이러스제제도 충분히 비축하지 못한 상태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타미플루(로슈ㆍ성분명 오셀타미비르) 331만명분, 리렌자(GSKㆍ성분명 자나미비어) 199만명분 등 모두 530만여명분(전체 인구의 약 11%)의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전체 인구의 20%에 턱없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프랑스는 전 국민의 50%분을, 스위스는 전 국민분을 비축하고 있다.
이종구 질병관리본부장은 15일 "선진국이 20%를 준비해 놓은 것과 비교할 때 한국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중환자를 중심으로 알뜰히 쓰면 인구 10% 분량으로 유행을 막을 수 있다"며 "유행 시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구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박승철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대한감염학회가 10년 전부터 타미플루를 충분히 비축해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그동안 정부는 꿈쩍도 안 했다"며 "무슨 일이 터져야 예산이 나오는 게 문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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