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일간 북한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44)씨의 행적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그의 행적은 억류기간 북한의 접견 불허로 완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으나 석방 하루도 안돼 그의 가족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유씨가 서울아산병원에서 하룻밤을 함께 지낸 형 성권(47)씨에 전한 바에 따르면 유씨는 개성공단 인근 여관에 억류된 후 외부 접촉 없이 136일간 혼자 있었다. 여관은 자남산여관으로 추정된다. 성권씨는 "동생은 북에서 잘해주고 잘 먹고 그랬다고 한다"고 전했다.
특히 유씨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김 위원장의 동생, 김 위원장의 3남 정운을 언급해 북한에 체포됐다고 밝힌 대목은 남북간 논란으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북측은 유씨가 북한 체제를 비난하고 스파이 행위를 했다고 주장해왔다.
민감한 사항을 공개할 수 있는 유씨를 철저히 보호중인 정부는 '석방 후폭풍'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유씨의 한 마디에 개선의 기미가 보이는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유씨의 입이 '판도라의 상자'인 셈이다.
유씨의 일부 행적이 드러났지만 유씨가 어디서 어떤 처우를 받았는지, 북한 실정법을 위반했는지 등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때문에 유씨에 대한 북측 조사의 정당성과 처우의 적절성 등도 논란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있다. 최악의 경우 남북 당국간 법리, 인권 논쟁이 벌어지면서 남북 관계가 다시 꼬일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유씨 문제를 계기로 북측 지역에 체류하는 남측 인원의 안전보장에 관한 기존 남북 합의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가 되는 합의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다. 이 합의서에 북한의 조사를 받는 남측 인원의 기본권이 적시돼 있지 않다 보니 유씨는 변호사의 조력도 받지못하고 가족들도 만날 수 없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당분간의 남북관계 전망에 대해 "미국이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방북 이후 기존 대북 정책을 유지하듯 우리 정부도 유씨 석방과는 별개로 기존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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