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남북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 회장이 남북관계 전반의 현안과 관련해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먼저 현 회장이 '뚝심'을 보이며 김 위원장과의 면담을 성사시킨 자체가 남북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번 면담이 13일 억류 136일만에 풀려난 현대아산 근로자 유성진씨 석방으로 한결 부드러워진 남북관계에 '플러스 알파'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현 회장을 통해 남북관계를 어떻게 풀어갈 지에 관한 구상을 밝혔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월선했다가 나포된 '800 연안호' 선원 석방, 개성관광 중단 등 남북 관계 경색을 가중시킨 '12ㆍ1 조치'의 일부 또는 전면 해제, 6ㆍ15, 10ㆍ4선언 이행을 위한 대화 제의 등에 관한 의중을 내비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관계 전망은 현 회장이 받아올 김 위원장의 메시지에서 확인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특히 이번 면담을 통해 그간 김양건 노동당 통전부장이 대남 민간 교류와 경협을 총괄하는 창구인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점도 긍정적인 징후의 하나이다. 그간 김용순 위원장의 사망 이후 공석이던 이 자리가 채워짐으로써 대남 경협 사업과 교류가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1년6개월간 각을 세워온 대남 관계를 전향적으로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이 8ㆍ15 경축사에서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를 연계하는 기존 대북정책 원칙에 변함이 없음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또 중단된 금강산ㆍ개성관광, 쌀ㆍ비료 지원 등에 관해 언급조차 하지 않은 점도 김 위원장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공산이 크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현 회장과 김 위원장 회동 성사가 전면적 남북관계 개선으로 직결되긴 쉽지 않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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