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프 바이든 미 부통령은 지난해 말 유세 때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수개월 내에 외교ㆍ안보의 시험대에 들 것"이라는 말을 했다. 정치 지도자로서의 경력이 일천해 세계가 그의 리더십을 확인하기까지는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취지였다.
바이든의 예언(?)이 적중한 것일까. 취임 이후 높은 지지율 속에 승승장구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6개월을 넘어서면서 안팎으로 시련을 겪고 있다. 취임 초 80%를 웃돌았던 지지율은 50%선에 턱걸이하면서 '첫 위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지율 하락에 통합ㆍ소통 제동
오바마의 정치적 자산은 '통합과 소통'이다. 내각과 백악관의 인선을 초당적으로 하고, 의회의 협조를 얻기 위해 거의 매일 전화통에 매달려 공화당 의원들에게 설득의 정치를 펼친 것도 초당적 국정을 이끌겠다는 뜻이었다. 이런 노력은 6개월 만에 급제동이 걸린 것처럼 보인다. 개혁을 위해서라면 민주당만이라도 똘똘 뭉쳐 표의 우세를 지켜주기를 바란다는 파당적 발언까지 나왔다.
처음 3개월은 좋았다. 첫 작품인 남녀임금차별금지법이 의회를 통과하고 줄기세포 연구 지원, 7,870억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이 현실화했다. 그러나 취임 100일을 넘어서면서 분위기는 돌변했다. 경제위기의 단초인 주택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고, 미국의 도덕을 회복하겠다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결정은 '아마추어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외교에서도 비슷하다. 최대 현안인 아프가니스탄 정세에 관한 보고서를 다음달 의회에 제출해야 하나 돌아가는 양상이 심상치 않다. 올해 들어 이미 150명 가까운 미군이 전사해 지난해 155명 수준을 넘어설 것이 분명하다. 2만1,000명 증파 결정에 의회가 고분고분하게 나올지 의심스럽다.
북한 이란 핵문제 역시 지지부진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두 국가 해법'도 이스라엘의 반대로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일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벌인다"며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되기도 했다.
우려스러운 것은 국내외 난관에 맞서는 대응 방식이다. 오바마는 물러설 용의가 없는 듯 보인다. 미국을 들끓게 하는 건강보험 개혁문제에서 더욱 그렇다. 비판을 정치공세로 일축하고 자신의 구상이 도덕적 논리적으로 우월하다는 판단 아래 정면 돌파하겠다는 자세다.
대선 출마 선언 당시인 2년 전에도 비슷했다. 오바마는 힐러리 클린턴과 비교할 수 없게 낮은 인지도와 경력, 흑인이라는 원초적 한계 때문에 숱한 공격을 받았다. 그 때 오바마의 대응은 정면으로 부닥치는 방식이었다. 비판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자신의 메시지를 더욱 날카롭게 다듬었다. 자원봉사자와 인터넷 등을 통해 조직을 결속해 수세를 공세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걱정 키우는 정면 대응 방식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 이런 경험을 떠올리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때의 상대는 대선 승리에만 혈안이 된 파당적 정치인들이라는 점에서 국민 상당수가 반대편으로 돌아선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개혁 성공을 위해서는 성공에 이르게 하는 정치적 과정이 생략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완급 조절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황유석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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