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건국 61주년, 대한민국의 위상을 생각해보고 향후 진로를 따져볼 좋은 기회다. 국가의 위상은 객관적인 적과 주관적인 것, 두 측면이 있다. 객관적 측면은 주로 정부 등의 공적 기관에서 나오는 통계나 지표를 말하는 것이고, 주관적 측면은 국가 이미지와 같은 소프트파워(soft power)를 말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객관적 측면은 GNP이며, 많은 한국인은 한국의 GNP 순위까지 알고 있다. GNP라는 것은 국가의 위상을 가늠하는 객관적 지표로 사용돼 왔다. 최근에는 GNP에서 국외 유출입 부문을 제외한 GDP가 국가의 경제규모를 더 정확하게 설명하는 지표로 사용되고 있다.
2003년 초 한국의 GDP는 11위까지 올랐지만 최근 원화 약세와 불경기로 인해 15위(IMF 2008년 통계)로 떨어졌다. 1인당 GDP는 1만9,505 달러로 세계 36위였다. 생활비를 반영하는 PPP(구매력지수)로 GDP를 계산하는 방법이 경제수준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IMF에 따르면 PPP 기준 한국의 2008년 GDP는 세계 13위이고, 1인당 GDP는 2만7,647달러로 32위다.
이러한 GDP 지표는 국가의 기본인 인구ㆍ면적과 함께 관찰해야 의미가 있다. 2009년 유엔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순위는 26위, 면적은 108위다. 인구와 면적, 그리고 GDP 규모를 생각하면 한국은 지리적 토대에 비해 상당한 경제적 성과를 일궈낸 셈이다. GDP(PPP)의 순위가 높은 10개국 중에서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은 인구와 면적도 열손가락 안에 든다. 이렇게 보면, 앞으로 한국이 도달할 수 있는 경제 순위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10위인 이탈리아를 추월할 수야 있겠지만, 9위인 브라질을 따라잡기는 어렵고, 오히려 인구와 면적에서 앞선 인도네시아나, 멕시코, 터키 등에게 추월 당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경제 규모를 가늠하기 위해 GDP 순위만 인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다른 지표에 관심 가져야 할 시기가 되었다. '1인당 GDP 세계 32위'라는 것보다 '세계 15위의 GDP 국가'라는 인식이 좋아서 그런지 한국에서는 1인당 GDP 순위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1인당 GDP가 높은 국가일수록 사회의 전반적 발전을 나타내는 유엔 '인간개발지수'(HDI)의 순위가 높다. 한국의 인간개발지수 순위는 2008년에 25위였다.
정치 분야도 마찬가지다. 영국 시사주간지 의 2008년 '민주주의 지표'를 보면 한국은 28위로 완전한 민주국가(full democracy)로 분류됐다. 이 지표의 순위가 높은 국가는 HDI의 순위도 그렇고, 모두 1인당 GDP가 높은 국가들이다. 생활수준이 높고 살기 좋다는 평을 받는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호주 등은 HDI와 민주주의 지표가 모두 10위 안에 드는 국가다.
대한민국은 그 동안 경제, 사회, 정치 분야에서 비약적 성장을 이뤄냈고, 세계적으로 이렇게 짧은 기간에 이렇게 빨리 발전한 국가를 거의 찾을 수 없다. 그러나 한국의 HDI 순위와 민주주의 지표는 1인당 GDP 순위보다 높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한국 경제의 바탕이 되었던 1960년대 새마을운동은 '잘 살아 보세'라는 노래 속에서 근면을 독려하고 지혜를 모은 캠페인이었다. 건국 61년을 맞은 오늘 진정으로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소프트파워 탑10'에 목표를 세우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자.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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