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던진 메시지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선거제도와 행정구역 개편이다. 이 대통령을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특단의 방법으로 이 같은 개편론을 제시했다. 기존의 선거제도로는 지역간 대립 현상이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는 지역주의를 근거로 한 정치권의 움직임이 국정운영의 가장 큰 걸림돌이란 경험적 판단도 녹아 있다.
참여정부 당시 노무현 대통령도 중ㆍ대선거구제를 골자로 한 선거구제 개편을 제의하면서 야당인 한나라당에 조각권을 넘겨줄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으나 한나라당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행 소선거구제로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각각 영남과 호남에서 당선자를 내기 어려운 만큼 한 지역구에서 2∼5명 가량의 국회의원을 뽑는 중ㆍ대선거구제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정당의 특정지역 편중 현상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구제를 바꿀 경우 호남에 비해 지역구 수가 더 많은 영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한나라당이 상대적으로 불리할 것이란 게 여권의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여당이 좀 손해를 보더라도 꼭 이뤄내야 할 일"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대통령이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구체적 실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지역주의 극복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기초단체간의 통합을 통해 소지역주의를 극복하면서 효율적인 지역발전을 이루자는 차원에서 언급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자발적으로 통합하는 지역부터 획기적으로 지원해 행정구역 개편을 촉진하겠다'는 구체적 방법론을 제시했다. 정부는 자율통합 자치단체에 교부세 확대 등의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이 대통령이 언급한 선거 횟수 축소 방안은 대선과 총선 등을 함께 실시해 잦은 선거에 따른 국론분열과 낭비 요인을 줄이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경우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조정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하므로 개헌론과도 연결될 소지가 있어 주목된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지방자치단체의 토착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토착비리에 대해 "이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문제의식으로, 기초자치단체 등 소지역 단위의 유착 비리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김준규 검찰총장 후보자의 임명과 함께 각종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기관은 이미 토착비리에 대한 내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관계 메시지도 주목 받고 있다. 재래식무기 감축과 남북 고위급회의 설치를 골자로 하는 한반도 신(新) 평화구상은 북한의 변화가 전제되면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와 공조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등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 구축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비무장지대에 남북경협 평화공단을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