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56) 러시아 총리가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3) 대통령과 흑해 휴양지에서 이례적으로 휴가를 함께 보내며 남성적인 동지애를 과시했다. 대통령과의 불화설 등을 의식한 '차르'급 총리 푸틴의 정치적 행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두 러시아 지도자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흑해 연안 휴양지 소치의 한 카페에서 간편한 차림으로 다정하게 앉아 러시아와 아르헨티나의 친선 축구 경기를 관람했다.
두 사람이 카페에 있던 젊은이들과 함께 러시아 팀을 응원하는 장면은 TV를 통해 러시아 전역에 방영됐다. 경기 관람에 앞서 평소 남성미를 과시해온 푸틴 총리는 금발의 두 아가씨와 사진을 찍기도 했다. 14일에도 두 지도자는 별장 내 체육관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등 함께 여유로운 휴가를 즐겼다.
휴가 중 소치 거리를 한가롭게 산책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주민들은 다른 사람들이 두 지도자로 분장한 것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한 시민이 그들에게 '살아있는(진짜)' 대통령과 총리인지를 묻자, 검은색 스포츠 재킷과 티셔츠를 입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살아있어요, 지금까지는 살아있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메드베데프는 사실상 푸틴의 후원에 힘입어 대통령에 올랐으나, 공식 직책이 묘하게 역전되면서 그 동안 갈등설이 심심찮게 불거졌다.
AFP통신은 "두 지도자가 공개 석상에 함께 모습을 보인 것은 극히 드물다"며 "러시아 당국은 그간 두 사람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을 불식시키기 위해 애써왔다"고 전했다.
한편 카페에서의 축구 경기 관람은 은연 중 두 사람 중 실제로 누가 '보스'인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AFP통신은 이와 관련, "경기 관람이 끝나고 카페를 나서기 전 푸틴은 젊은 대통령을 껴안고 어깨를 두드렸다"고 보도했다.
이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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