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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前회장 집행유예/ "주가 산정에 무리"… '법적공방 10년' 종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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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前회장 집행유예/ "주가 산정에 무리"… '법적공방 10년' 종지부

입력
2009.08.1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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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형사4부가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 발행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은 이 전 회장의 자녀 등이 1999년 삼성SDS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당시 회사가 입은 손해액이 50억원을 넘어선다고 산정했기 때문이다.

■ BW 가격산정 어떻게 했나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회계상 기준인 유가증권 인수업무에 관한 규정의 계산방식을 적용해 삼성SDS의 장외주식 적정 가치를 1만4,230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이 삼성SDS에 끼친 손해액(배임액)은 적정가격에서 당시 인수가격 7,150원을 뺀 7,080원에 발행주식 총수(321만여주)를 곱한 227억원이 된다. 이 경우 배임액이 50억원을 넘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10년으로 늘어나게 돼 면소(免訴)가 아닌 유죄 판결이 가능했던 것이다.

재판부는 주당 적정가격을 당시 장외거래가인 5만5,000원으로 보아 총 배임액이 1,539억원에 달한다는 특검의 주장에 대해서는 "비상장 주식 거래가는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변동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부는 회계상 기준이 아니라 세무상 기준(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을 적용해 배임액을 44억원으로 계산했다. 배임액이 50억원 미만이면 공소시효가 7년이기 때문에 1심은 삼성SDS 부분에 대해 유ㆍ무죄를 가리지 않고 면소 판결했다.

그러면서 유죄로 인정된 조세포탈 부분만으로 이 전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10월 항소심 재판부는 삼성SDS 부분에 대해 아예 "회사에 손해를 입히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에서 유죄취지로 파기환송됐다.

■ SDS 불법 경영권 승계 인정?

대법원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을 무죄로 확정했기 때문에 '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특유의 순환 출자구조상,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그룹 경영권 승계에 대한 법적 논란은 이미 종료된 상태다.

그러나 BW 헐값 발행에 대해 유죄가 나왔다는 것은, 적어도 삼성SDS에 대해서만은 주식 대량 승계 과정에서의 불법성이 인정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재판부는 "당시 삼성SDS가 주당 가치의 절반 가격으로 BW를 발행해야 할 만큼 특별한 사정은 없었다고 보인다"며 "피고인들에게 적어도 저가 발행에 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양형 잣대 논란 재연

그러나 또다시 대기업 회장에 대해 집행유예 판결이 선고된 것을 두고 '봐주기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이미 면소 또는 무죄 판결을 받았던 혐의에 대해 추가로 유죄를 인정하고서도 이전 재판부와 같은 형량을 선고했기 때문이다.

이 전 회장에게 선고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은 경합범 가중과 작량감경 등을 거쳐 재판부가 선택할 수 있는 형량 2년6월~22년6월 범위에서 가장 약한 형량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이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벌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워 지난달부터 도입한 양형기준제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파기환송심은 특검이 이 전 회장 등을 기소한 지난해 4월 이후 1년 4개월 동안 계속돼온 '삼성그룹 불법 경영권 승계 재판'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재판으로 볼 수 있다. 특검 측이 이 사건을 다시 대법원에 상고하더라도, 상고심은 법리 오인이나 절차적 위법만을 다룬다는 점에서 양형을 이유로 다시 파기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영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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