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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의 가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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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의 가을 전쟁

입력
2009.08.16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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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개의 뜻 깊은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 첫째는 지난해 11월 대선과 함깨 치러진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초접전을 벌였던 미네소타주의 재검표 결과 민주당 앨 프랭컨 후보의 당선이 6월30일 확정된 것이다. 이로써 민주당의 상원 의석은 올 4월 공화당에서 이적한 앨런 스펙터 의원을 포함해 58석으로 늘었고, 친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을 합쳐 절대다수(super-majority)인 60석을 확보하게 됐다. 5분의 3 의석이면 '클로처(clotureㆍ토론종결)' 조치를 발동, 공화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를 차단할 수 있다.

▦ 두 번째는 연방 대법관에 지명한 히스패닉계 진보적 여성 소니아 소토마요르(55) 인준안이 지난 6일 상원에서 68표의 찬성으로 통과된 것이다. 220년 연방 대법원 역사에서 여성으론 세 번째, 히스패닉계로선 처음이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의 '현명한 라티나(Wise Latina)'발언, 즉 2001년 UC버클리대 강연에서 "현명한 라틴계 여성이 백인 남성보다 더 훌륭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한 것을 보수세력이 인종적ㆍ성적 편견이라고 물고늘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별과 금기를 철폐하는 역사의 행진에는 공화당의원 9명도 가세했다.

▦ 오바마 대통령이 "더욱 완벽한 국가로 전진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벽을 부순 쾌거"라고 반긴 인준안 표결에서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최고령이자 '상원과 헌법의 산 역사'로 불리는 로버트 버드 의원(91ㆍ웨스트버지니아)이 휠체어를 타고 참여한 장면이다. 와병 중인 에드워드 케네디는 끝내 불참했지만 민주ㆍ공화 양당에 두루 신망이 두터운 버드의 표결 참여는 공화당을 압박하면서 민주당의 단합을 이끌어내는 큰 힘이 됐다. 버드는 오바마 대통령이 2005년 상원의원으로 워싱턴에 처음 진출했을 때 정치적 멘토로 삼았던 상원의 어른이다.

▦ 하지만 이런 우호적 환경을 즐길 겨를도 없이 오바마 정부는 올 가을 정권을 건 싸움을 치러야 한다. 어느 정부도 해내지 못한 의료보험 개혁이 그것이다. 찬반세력 간의 갈등과 대립은 노예제 폐지 때의 국론분열을 방불케 한다. 민주당이 정책 설명과 주민 설득을 위해 마련한 타운홀 미팅은 맞고함과 몸싸움으로 난장판이 되고 대통령이 참석한 집회에 반대파가 권총을 차고 나타나는 일까지 벌어졌다. 미국 역사가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광복절 64주년에 '더 큰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건 우리정부에 좋은 교과서가 될 법하다.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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