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기업인이 최근 5년간 국내 정착을 위해 노력하는 새터민들을 남몰래 후원해 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인천에서 냉각탑을 제조하는 경인기계㈜ 대표이사 구제병(63)씨. 그는 2004년 3월부터 매년 새터민 대학생 4명과 성인 1명에게 연간 1,800만원을 지원, 국내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1995년 경찰의 탈북자 관리업무를 지원하는 민간단체 '인천 중부경찰서 보안협력위원회'에서 활동해 온 것이 인연이 됐다. 구씨는 "보안협력 위원회에서 활동하다 보니 많은 탈북자들이 국내 정착과정에서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공부를 하고 싶은데도 살림이 어려워 공부할 수 없는 대학생 새터민들을 중심으로 후원하고 싶었다"고 했다.
새터민이 대학에 갓 입학하면 졸업할 때까지 4년간 장학금을 지원하고 그 학생이 졸업하면 다른 신입생을 후원하는 '릴레이 후원'을 했다. 이렇게 5년간 후원한 새터민 대학생은 10여명에 이른다. 구 씨는 "졸업 후 북한 음식 전공 교수가 된 학생도 있다"며 "한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는 걸 보면 내 일 같이 즐겁다"고 했다.
구씨의 새터민 돕기가 벌써 5년째인데도 회사 임직원들이나 주변 사람 가운데 구씨의 선행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 구씨는 "내가 받은 만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을 뒤늦게 실천하는 것일 뿐"이라며 "많은 액수를 쾌척한 것도 아닌데 주목을 받게 돼 오히려 부끄럽다"라고 말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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