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선거제도 개편을 제안했다. 고질적 지역주의가 생산적 정치를 가로막고 있다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이를 해소하거나 최소한 완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선거제도의 손질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당장의 여야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지만 차차 시간을 갖고 논의해 적절한 접점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이 대통령은 구체적 선거제도 개편 방안을 제의하진 않았다. 기본적으로 국회의 선거법 개정을 거쳐야 할 입법 사항인 데다 다양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뚜렷한 개선방안이 확립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100년 전에 마련된 낡은 행정구역이 지역주의를 심화시킨다"거나 "각 지역에서 여야가 고루 당선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등의 언급에서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ㆍ대선거구제로 바꾸거나, 전국적 비례대표제를 광역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등의 방법을 떠올리게 된다.
어느 것이든 여야 지지성향이 지역별로 크게 갈려 서로가 상대의 지지지역에서는 국회의원을 배출하기 어려운 고정된 상황에 숨통은 터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변수도 있었지만, 중선거구제에서 소선거제로 바뀐 것이 13대 총선(1988년)을 극단적 지역분할 선거로 만든 큰 요인이었고, 그 부(負)의 유산이 20여년 이어져 내려왔다.
더욱이 사회ㆍ경제ㆍ문화 현상까지도 정치적 잣대로 재려는 '정치 환원주의'가 보편화, 단순히 선거 등 정치적 선택과 판단의 영역뿐만 아니라 일상의 생활 영역에까지 지역주의는 깊숙이 침투했다. 날이 갈수록 심한 사회적 분열과 대립, 이념ㆍ노선 갈등도 상당 부분 지역주의와 겹친다. 그런데도 지역주의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면서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할 수 없도록 했다. 이런 현실은 정치권에는 일종의 편의일 수도 있었지만, 국민 개개인에게는 상처가 되기 일쑤였다.
정면으로 문제가 제기된 이 기회를 냉정한 현실 인식과 지혜로 살려나가야 한다. 선거제도 변경은 어차피 이익의 교환이어서, 여야가 기득권 일부를 내놓는 결단만 할 수 있다면, 어려울 일도 없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