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의 유명 사립인 노스이스턴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뷰캐넌(26)은 20대 중반에 벌써 '중년의 위기'를 맞았다. 그는 고향을 떠나 친구도, 연고도 없는 곳에서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국 회사에서 정리해고 당했다. 요즈음 구직 활동을 단념한 그에게는 블로그가 유일한 낙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뷰캐넌의 예를 들며 미국의 20대 중반 젊은이들에게 일찌감치 찾아오는 인생의 위기를 보도했다. 20대 위기가 가중된 데는 금융위기도 한몫 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20대에 직장도 잡고 결혼한 상태에서 기반을 다졌지만 지금은 학위를 따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금융위기로 경제가 불안해 취직도 훨씬 어려워졌다. 구직활동에 나서도 면접 한번 보기 힘들고 통장 잔고는 이미 바닥나 대학 때 빌린 학자금은 이들을 더욱 깊은 좌절과 불안에 빠뜨린다.
미 젊은이들은 이 같은 청년 위기에 '쿼터라이프 위기(quarterlife crisis)'라는 말을 붙였다.이 표현은 인생의 4분의 1 정도를 지나고 있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의 젊은이들이 겪는 현실의 괴리와 미래의 불안을 의미한다. '쿼터라이퍼(quarterlifer)'로 불리는 이런 젊은이들은 서로 고민을 나누는 웹사이트로 몰려들고 있고 이들의 위기극복을 위한 책들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클라크대 심리학과 교수 제프리 젠슨 아넷은 이 시기를 "부모에게 전적으로 의지하지 않으면서도 자립하지 않고, 안정적인 자신의 일도 없는 특수한 상태"라고 규정한다.
이 시기를 잘 극복하면 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더욱이 최근에는 경제 위기로 젊은이들 다수가 실직 상태에 있거나 직장이 있더라도 정리해고나 임금삭감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서 이들은 결국 부모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자존심을 상한 채 고향으로 돌아간다.
20대의 위기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의 생각도 현실적으로 변하게 하는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캘리포니아 베벌리힐스에서 심리치료사이자 의사로 일하고 있는 레슬리 세피니 박사는 "한창 꿈꿔야 할 아이들도 벌써부터 좀 더 돈을 많이 벌고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한다"고 진단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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