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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재가동 첫날/ 첫 완성차 나오자 환호… "77일의 상흔 떨쳐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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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재가동 첫날/ 첫 완성차 나오자 환호… "77일의 상흔 떨쳐내야죠"

입력
2009.08.1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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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8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생산라인 재가동 첫 날을 맞아 새로운 각오와 설렘으로 출근길을 서두른 직원들의 힘찬 발걸음이 이어졌다. 그 밝은 얼굴에서 77일간의 격렬했던 갈등과 충돌의 상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나간 과거에 집착해 좌절하지 맙시다. 우리에게는 기회가 있습니다."

본관 건물 뒤 광장에서 직원과 협력업체 관계자, 직원 가족 대표 등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조회에서 이유일 공동법정관리인이 조회사를 시작하자 의욕으로 가득 찬 직원들의 박수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 쉬고 있는 동료들이 하루빨리 돌아올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유일 법정관리인은 조회사에서 "볼트 새총과 화염병, 쇠파이프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회사 살리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여러분의 희생과 용기야말로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며 "77일간의 상흔을 털어버리고 오로지 쌍용차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자"고 말했다.

복구가 완료된 조립2라인에서는 쌍용차가 조업을 재개한 후 첫 완성차인 3,600cc급 '체어맨 W'가 공개됐다. 자동차 최종 점검을 마친 조립4팀 김재진(40) 씨는 "첫 완성차를 내놓으니 뭐라 말할 수 없이 만감이 교차한다"며 "공백이 있었던 만큼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 쌍용차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를 높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편 평택 고용지원센터에서는 이날 쌍용차 실직ㆍ재직 근로자 및 가족들을 위한 스트레스 멘토링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실업급여를 신청하러 왔다가 스트레스 관리 상담을 받은 쌍용차 실직자 김모(37)씨는 "내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인간 같이 느껴진다"며 "사회 밖으로 내팽개쳐졌다는 느낌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해고 후 주 4~5회 공사판에서 막노동일을 한다는 김씨는 "가끔 공장으로 출근하는 옛 동료와 마주치면 달려들어 멱살을 잡고 싶을 만큼 미울 때가 있다"며 "가슴이 터질 듯 답답하고 아플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씨는 신체 스트레스, 우울, 분노, 직무 스트레스 등 총 4개 영역으로 나눠 실시한 검사에서 무기력감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스트레스 지수도 자율신경계 균형이 깨진 60%대였다. 주가 폭락으로 인한 신체 스트레스가 보통 40%대임을 감안하면 꽤 높은 수준이다.

김명희 상담사는 "'나는 사회로부터 버림 받았고, 내가 소용되는 곳은 한군데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실직자들이 가장 많다"며 "무기력감에 빠져 구직활동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는 실직자들에게 용기와 의지를 북돋아주는 데 상담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강주형 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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