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의 잘못으로 꼭 받아야 할 서류를 못 받아 손해가 발생했다면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취급 절차가 엄격한 법원 서류에 대해서는 배상을 받을 수 있고, 일반 등기우편은 배상이 쉽게 인정되지 않는다. 송달 실패에 따른 손해 발생 예측이 어렵고 손해의 인과관계도 쉽사리 입증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동부화재가 "집배원의 잘못으로 계약해지 예정을 통보하는 등기우편이 배달되지 않아 보험료 연체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원고패소 취지로 파기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1998년 동부화재와 보험계약을 맺었으나 보험료를 계속 연체했다. 그러자 보험사는 "계속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계약이 종료된다"는 등기우편을 발송했다. 당시 집배원은 A씨가 집에 없었음에도 직접 수령한 것처럼 대신 서명을 하고 우편물을 전달하지 않았다. 이후 교통사고를 낸 A씨는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보험사는 지급을 거절했으나 A씨는 "우편물을 못 받았다"며 소송을 내 보험금을 받았다. 이에 동부화재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1ㆍ2심 모두 승소했다.
하지만 대법원 "집배원이 내용증명 우편물에 담긴 거래관계의 내용을 예견할 수 없었다"며 원심 판결을 뒤집었다. 내용증명 우편 요금에는 우편물이 도달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손해 위험까지 반영되지는 않았다는 점도 감안됐다.
앞서 대법원은 법원 송달서류에 대해서는 달리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법원 소송서류 배달 착오로 손해를 입었다"며 B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특별송달 우편물을 배달하는 집배원은 적법한 송달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피해가 발생할 것을 예견할 수 있다"며 "집배원이 우편물 내용을 알 수 없어 배달 착오와 손해발생 간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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