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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 선언 1년/ <상>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진화하는 산업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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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성장 선언 1년/ <상> 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진화하는 산업 현장

입력
2009.08.1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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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저탄소 녹색 성장' 선언 이후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곳은 산업 현장이다. 제품 생산과정에서 온실 가스 배출량은 더 적고, 에너지는 덜 쓰는 녹색 공정으로 전환하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reen Transformation) 사업장이 늘어나고 있다.

사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며 에너지를 절감하는 녹색 공정 기술은 원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한 상태다. 최근 기업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저탄소 녹색 성장'을 피할 수 없는 명제로 받아들이면서 자발적인 녹색 투자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의 선두 주자는 삼성전자이다. 삼성은 이미 1996년 삼성 녹색경영 선언한 뒤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녹색 공정을 전 사업장에 확대 도입하고 있다. 최근 반도체 사업장에서는 독립적으로 설계ㆍ운영되는 각 생산 단위에서 버려지는 열량들을 서로 연결, 다시 활용하는 시스템도 도입됐다. 불순물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초순수 제조 시스템과 스팀 응축수 등의 반도체 공정은 이러한 폐열이 활용되고 있다.

최재흥 상무는 "초정밀 반도체 공정은 무엇보다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 중요해 품질 저하 없는 에너지 절감 활동을 펴는 것이 사실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열 에너지를 사용하는 시스템간 '폐열 밸런스 맵'을 활용, 에너지 재활용 비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에선 현재 LCD 제조공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저감 설비가 구축되고 있다. LG상사가 자체 개발한 온실가스 감축 방법론은 세계 최초의 LCD 부문 청정개발체제(CDM) 방법론으로, 이미 2월 UN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 연말까지 100억원을 투자, 저감 설비가 구축되면 LG디스플레이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게 되면서, LG상사는 연간 55만톤 규모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게 된다.

LG화학도 온도가 낮아서 버리는 폐열들을 모아 온도를 다시 높인 뒤 회수하는 방식으로 6개월도 안돼 투자비를 회수했다. 세계 최초로 시도된 이 공법은 특허 출원까지 내 놓은 상태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9월부터 생산부문 환경성과들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생산환경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 운영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대기오염물질, 수질오염, 폐기물 등의 배출량을 관리함으로써 친환경 사업장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도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포스코는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000여만톤으로 우리나라 연간 배출량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과는 가장 먼 기업이라 할 수 있는 포스코는 그러나 가장 큰 개선의 여지가 있는 기업이다. 포스코는 이미 2007년 기존 고로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적고 에너지는 덜 사용하는 파이넥스 공법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데 이어 이산화탄소만 분리, 저장하는 시설 등도 확충하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엔 단순히 공정을 녹색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회사를 '저탄소 녹색성장'에 맞춰 완전히 개조한 경우다. 흑백 TV용 브라운관에서 출발, 이후 주로 평판디스플레이를 생산해온 삼성SDI는 창립 39주년을 맞은 올해 5월 '친환경 에너지 제조ㆍ서비스 기업'으로의 탈바꿈을 선언했다. 이러한 변신에 힘입어 2007년 5,7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SDI는 2분기 영업이익 488억원으로 흑자 전환하는 드라마를 연출했다. 삼성SDI는 앞으로 태양전지와 연료전지, 에너지 재생 및 저장으로 신사업 영역을 확장해갈 계획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이 일부 대표기업들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사실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경기 위기 상황에서 생존의 문제가 절박하다보니 녹색 공정으로 전환하는 데에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한기주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녹색성장이라는 것은 단기 실적과는 큰 상관이 없어 대부분의 경영자들에겐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아직 노사 문제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산업 현장의 녹색 전환을 앞당기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고효율 냉장고 팔고 탄소 배출권 되받고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는 저탄소 녹색 성장 사업에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도 적지 않다.

LG전자는 인도에서 고효율 냉장고를 판매, 전력사용량을 낮춘 만큼 탄소배출권으로 되돌려 받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도에선 2008년 생산된 냉장고와 이후 생산된 냉장고의 에너지 효율을 비교, 전력 감축량 만큼 탄소배출권을 인정하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UN은 1㎾h의 전력사용량을 줄일 경우 0.8㎏의 탄소배출권을 부여하고 있다.

SK에너지가 개발 중인 무공해 석탄에너지 기술도 주목된다. 값싼 저급 석탄에서 휘발유와 경유, 전기, 화학제품 등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석탄은 석유에 비해 매장량이 3배 이상 많고 값도 싼 만큼 실용화할 경우 새로운 대체 에너지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조류를 원료로 해 발열량이 높은 휘발유 대체제로 바이오 부탄올을 생산하는 기술도 관심사다.

한편 특정 공간의 전면을 디스플레이로 채워 마치 사용자가 해당 공간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인터액티브 디스플레이 컴퓨터'를 비롯, 삼성전자의 16대 유망 기술 등도 주목된다.

■ '통 큰' 녹색투자

기업들은 지난 1년 동안 '저탄소 녹색 성장'을 구현하기 위해 대규모 연구개발(R&D) 및 녹색 투자 계획 등을 내 놓았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서울 서초동 서초사옥에서 녹색경영 선포식을 열고 2013년까지 모두 5조4,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친환경 제품 출시 확대를 위한 연구 개발에 3조1,000억원,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고효율 설비 도입 등 녹색사업장 구축에 2조3,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것이 구체적인 내용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사업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2013년까지 매출 원단위 기준 50% 감축키로 하고, 소비ㆍ대기 전력 절감 기술을 통해 2013년까지 5년간 에너지 효율을 40% 이상 높이기로 했다. 이윤우 대표이사 부회장은 "인류사회와 지구환경을 배려하는 창조적 녹색 경영을 추진, 2013년에는 존경받는 글로벌 톱 녹색 기업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뒤이어 현대ㆍ기아차도 2013년까지 고연비ㆍ친환경차 개발과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 총 4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R&D와 설비투자를 강화, 2012년 친환경차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그린카 4대 강국 진입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하이브리드카와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자동차 개발을 위해 2조2,000억원, 고효율 고연비 엔진ㆍ변속기와 경량화 소재 개발 등에 1조4,000억원, 각 공장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한 에너지 관련 시설 투자 등에 5,000억원을 투입한다.

SK는 '저탄소 녹색성장' 선언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8월말 2010년까지 7개 녹색 분야의 R&D 및 사업화에 총 1조원을 투자,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무공해 석탄 에너지, 해양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 도시(u-Eco City) 등이 이에 해당된다. 최태원 회장은 이와 관련 "녹색산업인 환경 관련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기존의 에너지 절감 기술과 정보기술(IT) 등을 융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 분야의 글로벌 톱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다.

LG는 녹색투자 규모 등을 모아 발표한 적은 없지만 각 계열사가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녹색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탄소배출권 거래 사업 및 온실가스 감축 공동대응 등을 위해 LG상사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서브원 LG CNS 등 6개사가 참여하는 'LG 기후변화협의회'를 구축했다. LG전자는 2020년까지 연간 온실가스 3,000만톤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LG는 나아가 태양광발전, LED, 전기차용 배터리 등 친환경 그린 비즈니스에 집중 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부 기업들의 녹색 성장 투자는 기존의 투자 계획에 무늬만 바꿔 다시 발표한 것이어서 향후 실천 여부 등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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