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야당 등 정적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제8호 태풍 '모라꼿'으로 인해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중화권 언론들이 연일 보도하고 나섰다.
지난 주말 대만을 강타한 모라꼿으로 1959년 이래 최악의 피해를 입혔으나 마잉주 정부가 제대로 된 재난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만 언론들은 모라꼿이 대만에 상륙할 당시 마 총통이 한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었다고 꼬집으며 마 총통의 지도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대만의 TV매체들도 정부의 대처방식과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모라꼿으로 가족을 잃은 한 남자가 마 총통에게 다가가 도움을 요청하자 당황하는 마 총통의 모습을 수 차례 보도했다. 대륙의 신화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밍(明)보 등 홍콩 언론들도 마잉주 총통 때리기에 가세했다.
이들 언론들은 "평소에 산사태 징후를 당국에 알렸는데 예비조치가 전혀 없었다"며 분통을 터뜨리는 피해주민들의 목소리를 인용했다. 상당수 지역이 수몰된 남부 핑둥(屛東) 현 주민들도 수몰 직전에 구조를 요청했으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터넷 사이트에도 마 총통과 여당인 국민당의 무능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마총통이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슬픔을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다고 글을 올렸다.
특히 올 연말 시장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이번 수재는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의 핑궈르바오(萍果日報)가 12일 분석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책임소재를 둘러싼 설전도 벌어졌다. 핑둥 현 정부는 재난발생 직후 중앙정부에 긴급지원과 지시를 요청했지만 중앙정부의 지시가 늦어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정부는 즉각 대피명령을 내렸는데 지방정부가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야당인 민진당은 "중앙과 지방정부가 모두 재난대처능력이 함량미달"이라고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한편 대만 당국은 이번 태풍피해로 12일 현재 사망자 103명, 실종자 61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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